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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위험 학생 2만명” 정신건강 관리 비상등

입력 | 2019-10-01 03:00:00

교육부, 정서-특성검사 결과
자살위험군 3년새 2.7배로 급증… SNS 자살-자해 콘텐츠 확산 심각
위기학생 관찰-치료 시스템 절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극단적 행동 가능성이 있어 자살위험군(群)으로 분류된 학생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자살을 부추기는 문화까지 퍼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30일 교육부의 ‘최근 4년간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 및 조치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살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은 2만3324명이었다. 자살위험군 학생은 2015년 8613명, 2016년 9624명, 2017년 1만8732명 등 증가세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015년에 비해 약 270% 증가한 것이다.

교육 당국은 매년 4월 초등학교 1, 4학년과 중고교 각 1학년 등 약 117만 명을 대상으로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를 실시한다. 온·오프라인 검사를 통해 주의력결핍장애와 우울감 등 정서 및 행동의 문제를 발견하고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일반관리, 우선관리, 자살위험 등으로 나눈다. 세 영역에 속하는 학생에게는 적절한 심리상담과 치료를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10대의 극단적 선택을 막으려면 위험군에 포함된 학생을 대상으로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자살률은 2017년보다 9.7% 증가했는데 10대 자살률이 22.1% 증가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성적 압박에 따른 학업 스트레스나 학교 폭력 같은 문제가 여전한 것이 큰 이유지만 최근에는 유튜브와 SNS가 자살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초등학생 사이에서 이른바 자살송이 유행했다. 또 인스타그램에는 청소년들의 자해 인증샷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스로 신체에 상처를 낸 흔적 또는 우울한 기분을 표현한 그림과 심경을 토로한 글 등이다. 이런 게시물에는 ‘자살’이라는 해시태그(#)가 빠지지 않고 따라붙는다.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이 같은 콘텐츠를 접하면 극단적 행동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홍현주 한림대 자살과학생정신건강연구소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지난해 유튜브 등의 영향으로 청소년 자살이 증가했다”며 “청소년은 어른에 비해 미디어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이를 현실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각 시도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고용해 위기 학생을 관찰하고 치료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현재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예산은 2015년 15억4600만 원에서 올해 9억3600만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김수연 sykim@donga.com·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