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中 ‘애국심 고취’ 열풍… 홍콩선 “1일은 애도의 날”

입력 | 2019-10-01 03:00:00

1일 中건국 70주년 대규모 행사




뭉치는 베이징… 갈라진 홍콩 1일 중국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9월 30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열사기념일 행사에서 인민영웅기념비에 헌화하기 위해 소수민족 등 각 지역 대표들이 도열해 있다(위쪽 사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최고지도부를 이끌고 인민영웅기념비에 헌화하고 마오쩌둥 기념당을 참배했다. 베이징에서 국경절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홍콩에선 반중·반정부 시위대가 1일을 ‘애도의 날’로 부르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9월 29일 홍콩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아래쪽 사진). 베이징=신화·AP 뉴시스

중국 건국 70주년을 하루 앞둔 30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상무위원 7명은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광장 한가운데 있는 마오쩌둥(毛澤東) 기념당으로 총출동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중국 최고지도부는 이날 오전 기념관에서 마오쩌둥 좌상에 허리 굽혀 세 번 인사하고 1층 로비에 전시된 그의 시신을 참배했다.

시 주석과 최고지도부는 이날 열사기념일을 맞아 톈안먼광장의 인민영웅기념비에도 헌화했다. 기념비 앞에는 ‘인민영웅은 천추에 길이 빛나리라(人民英雄永垂不朽)’라는 마오쩌둥의 금석문이 새겨져 있다. 마오쩌둥이 초안을 잡고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쓴 뒷면의 비문에는 1840년 아편전쟁부터 1949년 중국 건국까지 투쟁의 역사가 기록돼 있다.

시 주석이 이 기념당을 참배한 것은 2013년 마오쩌둥 탄생 120주년 이후 6년 만. 미중 무역전쟁 등 위기 속에서 그가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최고지도부와 함께 마오쩌둥을 기린 배경이 주목된다. 시 주석은 올해 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명심하자’는 말을 가장 많이 쓰고 있다. 미중 갈등이 최고조이던 5월 1930년대 마오쩌둥의 대장정 출발지인 장시(江西)성 위두(于都)현에서 기념비에 헌화한 뒤 “현재는 새로운 (대)장정이다. 새롭게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경기 둔화, 홍콩 시위로 시 주석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마오쩌둥 시대처럼 어려움을 참고 시 주석을 중심으로 단결 투쟁하자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상무위원이 아닌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도 시 주석 및 상무위원 7명과 나란히 선 장면이 포착돼 ‘제8의 상무위원’이라 불리는 그의 위상이 재확인됐다.

시 주석은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1일 오전 연설에서 아편전쟁으로 시작된 치욕을 씻고 미국을 넘어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이 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즉 중국몽(夢)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30일 오후 신중국 건국 70주년 초대회 연설에서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과 함께 홍콩을 언급했다. 그는 “애국심이 넘치는 홍콩, 마카오 동포들의 노력으로 홍콩과 마카오는 반드시 조국과 함께 발전 및 진보할 수 있으며 내일은 더욱 좋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경축일을 준비하는 베이징과 달리 홍콩에서는 반중·반정부 시위대가 1일을 ‘애도의 날’로 부르며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시위대는 소셜미디어에 “10월 1일 순국열사(가 되자)”라는 내용의 시위 포스터를 올리기도 했다. 지하철과 쇼핑몰에 불을 질러 “캠프파이어로 국경일을 맞이하자”는 글도 올라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1일 베이징에서 건국 70주년 축하 불꽃놀이가 열리는 동안 홍콩 도심에선 시위대로 인한 불길이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