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위해 450km 작년 개통, 11명 부상… 화재원인 파악 안돼 석유시설 테러 15일 만에 또 재난
지난달 29일 사우디아라비아 제2도시 지다와 이슬람교 성지 메카 및 메디나를 잇는 ‘하라마인’ 고속철도 역사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11명이 부상을 입었고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사우디 영문매체 아랍뉴스 등에 따르면 이번 불은 지다 역에서 낮 12시 35분경 발생했다. 역사 지붕 부분을 중심으로 검은 연기가 높이 치솟았고, 건물 주변도 연기로 온통 뒤덮였다. 시 당국은 헬리콥터를 동원해 공중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12시간 만에야 겨우 잡혔다.
총길이 450km의 하라마인은 중동 최초의 고속철이다. 2009년 3월부터 약 73억 달러(약 8조8000억 원)를 투입해 지난해 9월 개통했다. 사우디 내에서는 개혁·개방 및 현대화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사우디는 이번 화재를 국가 재난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석유시설 피격에 이어 15일 만에 또 국가 기간시설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틀 전 사우디가 전 세계 49개국을 대상으로 온라인 관광 비자 발급 등 대대적인 관광 개방 정책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사우디 관광당국은 “2030년까지 연간 약 1억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