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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로 확장공사 중단 1년…“재개 시점 불투명”

입력 | 2019-10-02 03:00:00

시민단체 등 반발로 공사 중단… 市 “비자림 주변 식생 정밀조사 후
동식물 보호 방안 마련해 결정”



제주 동부지역 교통난 해소와 물류 수송, 겨울철 결빙 해결을 위해 추진된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중단된 후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지난해 8월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중단된 이후 1년 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삼나무 벌채 보완 대책을 마련했으나 공사 구간에서 법정보호종 동식물이 확인됐다는 시민단체 주장에 따라 정밀 조사와 보호 방안을 마련하느라 공사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주도는 비자림로 주변 식생에 대한 조사반을 편성해 추가 조사를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비자림로 확장공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이행을 위한 환경저감 대책에 대해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이 보완 요청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천미천 주변 삼림과 공사구간 지역에서 동식물을 보완 조사하고 법정보호종을 비롯해 조류, 포유류, 양서류 등의 생태 특성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하라고 요청했다. 생태 특성에는 분포현황, 번식지, 서식지, 휴식지, 먹이자원, 이동경로, 비행고도, 비행행동 등 광범위한 부분이 포함됐다. 양서·파충류를 포함한 야생생물이 도로를 가로질러 다닐 수 있는 박스형이나 육교형 이동 통로 설치가 가능한지도 검토하도록 했다.

제주도는 보완 요청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동식물 분야 전문가 등으로 정밀조사반을 편성해 조사 범위와 내용, 기간 등을 정한 뒤 현장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공사 구간 가운데 거슨세미오름에서 칡오름 사이에 야생동물 이동통로 설치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추가 조사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발견된다면 보완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장기간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비자림로 확장공사 구간은 대천 교차로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km로, 지난해 6월 28일 착공됐으나 시민단체가 도로 주변 삼나무 벌채 중단을 요구하자 그해 8월 7일 공사가 중단됐다. 제주도는 공사 중단 이후 ‘아름다운 비자림로 조성’ 방침을 세운 뒤 전문가그룹에서 건의한 내용을 받아들여 도로 폭을 당초 24m에서 22m로 줄였다. 삼나무 숲이 우거진 2구간(제2대천교∼세미 교차로) 1.35km는 우회도로를 개설하고 도민과 관광객이 삼나무 수림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숲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삼나무 숲 등 벌채 면적도 당초 4만3467m²에서 2만1050m²로 절반가량 줄였다.

이 같은 보완대책을 마련한 후 올 3월 공사를 재개했으나 시민단체의 반발로 2개월 만에 다시 중단됐다. 시민단체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계획 노선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주요 철새 도래지, 각종 보호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는 없다’고 했지만 멸종위기 생물인 팔색조, 애기뿔쇠똥구리, 으름난초 등이 발견됐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도 공사 중단을 요청하자 제주도는 5월 말 공사를 중단했다.

242억 원이 투입되는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제주 동부지역과 제주시 사이 원활한 교통과 물류 수송, 겨울철 결빙 해소 등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전체 면적 13만4033m² 가운데 86%인 10만5023m²에 대한 보상이 완료됐다. 2021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잦은 공사 중단으로 완공 시기는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공사 지역은 비자림과 7km가량 떨어져 있는 삼나무 인공조림지, 목장지대지만 여러 가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철저한 조사를 벌인 뒤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