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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사상 최악의 더위-가뭄이 ‘기후 난민’ 만들었어요

입력 | 2019-10-02 03:00:00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청소년 기후 행동 소속 학생들이 결석 시위에 참석한 모습. “나는 기후악당 국민이고 싶지 않습니다” 등의 팻말을 걸고 학생들이 행진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제주를 비롯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예멘 난민의 제주도 입국 문제죠. 그런데 여러분은 이 난민 문제와 기후 위기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오늘은 난민이 생겨난 다양한 원인을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내전으로 발생한 세계의 난민들

2016년부터 제주도에는 소수의 예멘 난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7년 12월 제주도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잇는 직항노선이 생기면서 말레이시아로 탈출한 예멘 난민들이 한국에 대규모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예멘 난민은 2015년 예멘에서 발생한 내전 때문에 생겨났습니다.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 거죠. 당시 제주도가 무사증 제도를 실시하고 있어서 난민들이 더욱 몰렸습니다. 지난해에만 난민 552명이 입국 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러던 중 난민들 사이에 테러리스트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유럽에서는 실제로 난민 테러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죠. 이 때문에 난민에 대한 한국 국민의 감정이 악화됐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입국 반대를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죠.

한국에서 예멘 난민 문제가 불거지기 전, 유럽에서는 시리아 난민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2011년 3월 중동에서 ‘아랍의 봄’이란 민주화 운동이 시작되면서, 시리아에서도 반정부 평화 시위가 시작됐습니다. 당시 정부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총칼을 겨눴습니다. 여기에 무장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개입하고 여러 종교 및 종파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습니다. 무려 47만 명의 시리아 국민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고, 나라는 황폐해져 더 이상 살기 어렵게 됐습니다. 사망자의 12%에 달하는 5만5000여 명은 어린이였습니다.

병원과 학교, 살 집이 사라져 버린 폐허가 된 곳에 여러분이 있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탈출이죠. 2011년부터 6년간 약 480만 명의 시리아인이 다른 국가로 이주했습니다. 이들은 인근 국가인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등이나 유럽으로 대탈출의 여정을 걷게 됩니다.

○ 난민 발생의 ‘스모킹 건’은 기후 위기


이처럼 시리아 난민이 발생한 경위는 매우 복잡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난민이 생겨나는 데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오래된 정치적, 종교적 갈등이 폭발하도록 방아쇠를 당긴 게 바로 기후 위기입니다.

‘아랍의 봄’이 있기 전 러시아에서는 사상 최악의 더위와 가뭄이 닥칩니다. 2010년 7월 26일 낮 기온이 37.2도에 달했죠. 130년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최고치였다고 합니다. 러시아 서부지역 대부분이 7월 한 달 동안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지속됐고 가뭄까지 겹치면서 모스크바 인근 들판과 숲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화재로 113.9ha의 숲이 사라졌고 국민 34명이 사망하면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은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아랍의 봄은 이러한 러시아의 기후 위기로 인해 촉발됐습니다. 지속된 산불에 러시아 밀 생산량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한 달 동안 밀 가격이 50% 치솟을 정도였죠. 밀 가격이 올라가자 밀을 주식으로 하는 중동의 경제적 타격이 심각했습니다. 식량 가격이 올라가자 경제가 불안해진 거죠. 결국 중동권 사람들은 정치권에 잠재돼 있던 불만을 터뜨리게 됐고, 이런 흐름이 중동 전체로 퍼져 ‘아랍의 봄’이 탄생한 것입니다.

○ 전 세계로 퍼지는 기후 위기


기후 위기는 이제 난민을 넘어 전 세계 국민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랍의 봄 당시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영국 기상센터와 미국 해양대기청은 지구 온난화를 지목했습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고자 전 세계 정부는 2015년 파리 협정을 맺었습니다. 매년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결의한 것입니다.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에서는 유엔 기후변화 세계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이에 발맞춰 전 세계의 단체들이 연합해 기후 위기 비상행동을 펼쳤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달 21일 전국적으로 집회가 열렸고 서울에서만 약 4000명이 시위를 벌였습니다. 한국은 세계 7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자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빨리 증가하는 나라입니다. 기후 위기 비상행동은 우리나라를 무책임한 ‘기후 악당’ 국가로 규정하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향후 10년 안에 온실가스 감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가뭄, 홍수, 태풍, 산불로 생태계가 붕괴돼 식량 위기와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우리 정부의 태도는 미온적입니다. 2030년에 5억3000만 t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만 세웠을 뿐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한국이 내뿜는 탄소배출량에 비해 행동이 부족하다고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연설했지만 기후변화 대책에 대한 현 정부의 안일한 시각이 드러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6기를 폐기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현재 석탄발전소 7기를 건설 중입니다. 폐기하는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새로 짓는 발전소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는 셈입니다. 한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기후 위기라는 공동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수종 신연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