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천 최대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로 올 2월부터 철거 시작 사진가 3명, 폐쇄과정 찍어 출간
60년간 한 자리에서 영업을 하던 인천 숭의동 옐로우하우스가 철거되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 성매매 집결지인 옐로우하우스 내부. 인권희망 강강술래 제공
전국의 유명 성매매 집결지였던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옐로하우스’가 올 2월부터 재개발로 인해 철거 공사를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유곽’에서 미군정 시기 ‘기지촌’, 산업화시대 ‘특정구역’으로 불리던 집창촌이 사라지면서 이곳에서 삶을 영위하던 성매매 여성, 업주, 알선자도 다 떠나갔다.
인천지역에서 활동하는 류재형 서은미 임기성 등 3명의 사진작가가 3년에 걸쳐 온갖 욕설과 냉대를 참으며 옐로하우스 폐쇄 과정에 대한 기록 작업을 펼쳤다. 사단법인 ‘인권희망 강강술래’는 이 작가들의 사진작품과 관련 자료를 ‘옐로하우스―살다 지우다 남기다’라는 책자로 엮었다. 지난달 30일 미추홀구 ‘틈 문화창작지대’(옛 인천시민회관)에서 사진작가들과 문학평론가, 향토사학자가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 겸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요.” “내일이 추석인데 혼자 방에 있어요.” “동생이 대학에 들어갔대요.” 이날 사진작가들은 옐로하우스 영상물을 보여주면서 성매매 여성들에게 들은 이 같은 하소연을 자막으로 전해줬다.
서 작가는 촬영을 하면서 느낀 사회적 모순과 문제점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통째로 다른 성매매 집결지로 이전해갔다. 우리 사회에선 종사자만 문제 삼는데, ‘성 구매자는 왜 당당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한국 남성의 50%가 성 구매 경험을 했다는 정부 통계가 있는데, 요즘 인터넷을 통한 성 구매가 더 심각해진 상황이다.”
임 작가는 “촬영 첫날 쌍욕을 듣고 나서 다음 날 머리를 이상하게 풀고 옷을 거꾸로 입은 미친 사람 차림으로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는 숭의동 옐로하우스 변천사를 소개했다. 강 대표는 “1902년 화개동(현 선화동) 일대에 들어선 ‘부도루(敷島樓)’가 인천 유곽의 시초이며 1961년 5·16군사정변 직후 사회정화 차원에서 부도루 유곽을 숭의동으로 강제 이전시켰다”며 “1980년대 외항선원들이 많이 찾은 ‘달러 박스’였고, 1982년 통행금지 해제 조치로 성 산업이 급증했다”고 회고했다.
미추홀구는 옐로하우스 철거에 따라 지난해 7월 전국에서 5번째로 성매매 종사자 자활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따라 옐로하우스 내 150명 안팎의 성매매 여성 가운데 11명이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쓰고 올 2∼5월부터 1년간 생계비, 주거지원비, 학원 수강료 같은 훈련비를 지급받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