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명란 제조업체 덕화푸드, 수출위기 넘긴 비결은
2대째 덕화푸드를 이끌고 있는 장종수 대표가 덕화명란이 생산되는 제조공장을 소개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셀프 쿠킹 키친에서 만든 명란을 활용한 요리들. 덕화푸드 제공
창업주인 장석준 선대 회장에 이어 2대째 덕화푸드를 이끌고 있는 장종수 대표는 덕화푸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브랜드 쇼룸을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초량을 낙점했다. 남포동이나 서면 같은 번화가가 아닌 초량을 선택한 이유는 이 지역이 부산과 더불어 부산의 대표 음식인 명란의 역사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출발한 명란의 고유한 지역색과 역사성은 덕화푸드가 명란 단일 제품에만 올인하면서 지속적으로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국내 1위 명란 제조업체인 덕화푸드가 걸어온 길과 혁신 비결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281호(2019년 9월 15일자)에서 분석했다.
○ 명란 단일 제품에 올인
장 대표는 “명란 시장은 일본이 압도적으로 크지만 명란의 원조는 사실 한국이다. 일제 강점기, 부산 초량 등지에 머물던 일본인이 일본에 돌아가 부산에서 먹던 명란 제법을 재현, 확산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덕화푸드는 한국식 전통 제법을 계승해 발전시키는 것을 중요한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일본은 라이벌이자 롤 모델로서, 덕화푸드가 20년 이상 흔들리지 않고 명란에 집중하게 만드는 자극제 역할을 했다. 당장 생존이 시급한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2009년 사내 부설 연구소를 별도 설치해 연구개발(R&D)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강화한 것도 일본 기업처럼 탄탄한 기술력을 갖춰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우수한 품질을 경쟁력으로 삼은 덕화푸드는 자사 명란의 80% 이상을 일본에 수출해 왔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닥친 아베노믹스가 덕화푸드의 수출 중심 비즈니스 모델에 큰 타격을 입혔다. 2013년부터 엔화 약세가 본격화하면서 10년 이상 거래하던 일본 업체들이 물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7년여간 거래하던 세븐일레븐마저 2015년 납품을 중단시켰다. 덕화푸드는 단기간에 내수 시장을 확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우선 국내 소비자들에게 명란이란 식품을 널리 알리는 작업이 시급했다. 상품군부터 재정비에 돌입했다. 당시 덕화푸드의 상품은 장 명장이 개발한 저염 명란 ‘장석준 명란’밖에 없었다. 창업 이래 덕화푸드의 상품 브랜딩은 ‘명장’이 만든 최고급 제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명장 마케팅은 20, 30대 젊은 주부들에게 더 이상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2017년 덕화푸드는 덕화명란을 3가지 상품군으로 분리했다. 기존 시그니처 제품인 장 명장이 만든 ‘그때 그대로 명란’(순한 맛)에다, 새롭게 개발한 ‘덕화 백명란’(담백한 맛), ‘숙성고에서 갓 꺼내 먹는 명란’(매운맛)을 추가해 새롭게 구성했다. 젊은 소비자들이 각자 취향에 따라 명란 맛을 고를 수 있도록 리모델링한 것이다. 특히 덕화푸드는 명란이 단일 반찬이 아니라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식재료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장 대표는 “명란이 다양한 요리에 식재료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누구나 친숙하게 명란을 접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식품에서 라이프스타일로 확장
덕화푸드는 지역성을 활용해 제품을 혁신하려는 시도도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다. 예컨대 지역 명인이 제조한 재료를 활용해 명란을 제조하거나, 지역의 명물을 활용한 명란 레시피를 개발하는 식이다. 부산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활용한 제품의 혁신을 통해 명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업그레이드하고, 그럼으로써 지역과 상생하는 미식의 세계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장 대표와 덕화푸드가 꿈꾸는 미래다.
부산=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