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의학 석학’ 챈 토론토대 교수
워런 챈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왼쪽)와 조애나 아이젠버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기초과학연구원(IBS)과 미국화학회(ACS) 공동 주관으로 열린 ‘에너지 및 나노물질 연구 콘퍼런스’에서 나노 의학 관련 최신 연구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IBS 제공
나노 의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워런 챈 토론토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관에서 열린 ‘에너지 및 나노물질 연구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미국화학회(ACS) 공동 주관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화학 분야 최대 학술단체인 미국화학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했으며 조애나 아이젠버그 미국 하버드대 교수 등 350여 명의 학자가 모여 최신 나노 의학 연구 성과와 발전상을 공유했다.
나노 의학이란 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초소형 입자를 인체에 투입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융합과학 분야다. 머리카락 굵기의 100만분의 1 수준인 수십 나노미터 입자를 잘만 활용하면 나쁜 세포는 정확히 찾아서 죽이고, 재생이 필요한 세포는 되살릴 수 있다.
나노 입자는 체내를 헤매고 다니는 교통수단과 같다. 챈 교수는 이를 포르셰와 스포츠유틸리티차랑(SUV)에 비유했다. 그는 “포르셰를 타고 산을 오르기는 어렵지만 SUV를 몰면 오를 수 있고, 아무리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어도 배로는 갈 수 없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몸속 환경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나노 입자를 택해야 암을 정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종양 사이즈를 키우거나 줄일 수 있는 나노 치료제 등의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한편 이번 콘퍼런스를 주관한 IBS의 천진우 나노의학연구단장(연세대 교수)은 “나노의학연구단은 나노 기술을 적용해 초정밀 의료를 구현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체내 세포를 제어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나노 크기의 자동차 등 나노 도구 박스를 개발해 원하는 물질을 원하는 위치로, 원하는 시간에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나노 기술을 바탕으로 생체 작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미세한 암의 징후나 혈관 조직들도 눈에 들어올 수 있고, 암 세포를 죽이거나 뇌 세포를 살리는 등 ‘생명 스위치’도 껐다 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천 단장은 “약 10년 후면 이런 나노 기술이 영상의학과 치료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수단이 돼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널리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