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력 과시한 中 건국 70주년 열병식… 신형 ICBM 둥펑41-스텔스기 등 최첨단 신무기 대거 첫 공개… 美겨냥 군사 패권경쟁 공식화 분석
장쩌민-후진타오 前주석도 참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1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기념행사를 관람하고 있다. 후진타오(왼쪽), 장쩌민 전 주석(오른쪽)도 참석해 중국 원로들이 시 주석을 지지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베이징=AP 뉴시스
○ 마오쩌둥 소환한 시진핑
시 주석은 참석자 가운데 유일하게 중산복을 입었다. 영문 외신들은 시 주석의 중산복을 “마오 슈트(Mao suit)”라고 불렀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즐겨 입었기 때문이다. 시 주석 바로 아래 톈안먼에 걸린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가 보였다. 초상화 속 마오 전 주석도 역시 중산복을 입었다. ‘마오쩌둥 위의 시진핑’이란 말도 나왔다. 시 주석의 양 옆에 자리한 장쩌민(江澤民·93), 후진타오(胡錦濤·77) 전 주석은 정장 차림이었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 역대 최대 열병식 직전 연설에서 “70년 전 마오쩌둥 동지가 세계에 장엄하게 중국의 건국을 선포했다. 70년 동안 사회주의 중국은 세계와 동방에 우뚝 섰다. 어떤 세력도 우리 위대한 조국의 지위를 흔들 수 없고 어떤 세력도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이 전진하는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고 천명했다.
○ 미국 겨냥 삼위일체 무기 실전배치
中 건국 70주년 열병식, 美전역 사정권 ICBM 첫 공개 중국이 1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DF)-41’을 최초로 공개했다. 중국 국방부가 사전에 “열병식에 참가하는 무기는 현역 전투장비”라고 예고한 만큼 이날 DF-41 공개를 통해 핵탄두를 10기까지 탑재하고 미국 전역을 겨냥할 수 있는 ICBM 실전 배치를 공식화한 것이다. 사진 출처 신화통신 트위터
시 주석이 “누구도 중국 지위를 흔들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남중국해 대만 홍콩 등에서 전방위로 압박하는 미국에 ‘더는 건들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미국과 군사 패권경쟁을 공식화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중국은 시 주석의 발언 직후 미국 전역이 사정권인 차세대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東風·DF)-41 등 미국이 타깃인 신무기를 처음으로 대거 공개했다. 열병식 참가 무기 중 40%가 처음 공개된 신무기였다. 하이라이트인 둥펑-41 16기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자 함성이 터졌다. 사거리가 1만4000km에 이르며 발사 30분 만에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가 7000∼9000km에 달해 알래스카를 사정권으로 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巨浪·JL)-2 12기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항속거리가 8000km인 최신예 전략핵폭격기 훙(轟)-6N 3대도 베이징 상공에 등장했다. 미국을 타격, 위협할 수 있는 육해공 삼위일체의 전략무기가 같은 날 동시에 공개된 것이다. 둥펑 계열 등 중·장거리 미사일만 112기를 공개했다.
극초음속 활강 기술로 미국 항모전단을 타격할 수 있는 둥펑-17 16기, 항모 킬러로 불리는 창젠(長劍·DF)-100 32기도 처음 포착됐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탈퇴한 뒤 중국에 중거리미사일 제한 조약 체결을 압박하는데도 중거리미사일을 대거 공개한 것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연설 마지막에 “위대한 중국 만세, 공산당 만세, 인민 만세”를 외치며 애국주의를 자극했다. 열병식에서 병사들은 “당의 지휘를 따른다”를 거듭 외치며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 열병식에 초청된 중국인들은 얼굴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그려넣고 오성홍기를 흔들며 붉은 물결을 이뤘다. “나는 너를 사랑해 중국” 노래를 합창했고 “공산당이 없으면 신(新)중국도 없다”고 외쳤다. 쑨모 씨(30·여)는 “열병식으로 조국에 대한 믿음이 더 생겼다”며 감격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