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시간에 대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시간은 저축이나 보험이 불가능하다. 돈은 이후를 위해 아껴둘 필요가 있지만, 시간은 나중에 무엇을 하겠다고 미뤄 두기보다는 지금 제대로 쓰는 것이 낫다. 무엇이 시간을 ‘제대로’ 쓰는 것인지에 대한 해석은 각자 다를 것이다. 다만 돈과의 관계에서 보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지금 시간을 제대로 쓰기 위해 돈을 적지 않게 써야 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한 직장인이 가수 윤종신처럼 1년간 한국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이방인처럼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치자. 직장을 휴직하거나 퇴직하면 정기적인 수입이 끊기게 될 것이고, 1년간 돈을 벌지 못하고 모아둔 돈을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혼자서 떠나겠다는 것에 대해 가족의 반대가 있을 수 있다. 많은 직장인에게 이는 힘든 선택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40대에게는 힘들지만 30대에는 해볼 만한 모험일 수 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적정선이 어디인지 찾아보자. 예를 들어 1년은 힘들지만 한 달은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한 달이 힘들다면 2주는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해외가 힘들다면 제주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혼자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라면 장소와 시간은 자신에게 맞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금 시간을 제대로 쓰면서 돈이 크게 들지 않는 경우다. 예컨대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파트너나 자녀와 함께 해보고 싶던 것을 하거나,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것 등이다. 이런 경우 돈보다는 오히려 자기를 위해 시간을 내는 것에 서투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남을 위해서는 시간을 잘 내어주면서도 좀처럼 자신을 위해서는 시간을 내어주지 않는다. 일정표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심지어 주말에도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 시간은 빽빽하게 잡혀 있지만 정작 자신과의 약속 시간은 잡혀 있지 않다. 이러한 것에 관심이 있다면 좌표를 그려 생각해보자. 엑스(x)축에는 돈이 많이 드는 것과 적게 드는 것, 와이(y)축에는 시간을 혼자 쓰고 싶은 것과 누군가와 함께 쓰고 싶은 것. 이렇게 하고 나면 4개의 영역이 생긴다. 각 공간에 하고 싶은 것을 써보자.
얼마 전 아내와 각자 삶에서 하고 싶은 리스트를 교환하면서 어떻게 서로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도와줄 수 있을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있는 반면에 혼자서 하고 싶은 것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만들거나 돈을 마련하기 이전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내가 삶에서 하고 싶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직장 생활을 하며 상사와 고객이 원하는 것에만 맞추며 살다 보면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 10가지부터 써보면 어떨까? 시간은 저축과 보험이 안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시간이야말로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 쓰는 게 좋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