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첩보 드라마 ‘배가본드’ 흥미진진 화제의 액션 촬영기
드라마 ‘배가본드’에서 트럭이 달건(이승기)을 매달고 질주하는 장면. 실제 이동 중인 트럭 뒤에 연두색 판을 매달고 이 위에서 이승기가 직접 연기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동안 첩보물은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장르 중 하나였다. 높은 제작비와 기술력 부족으로 KBS ‘아이리스’(2009년),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년), KBS ‘아이리스2’(2013년) 이후 첩보물 명맥이 끊긴 상황. 지난해 6월부터 11개월 동안 촬영한 ‘배가본드’에 제작비 250억 원이 투입됐다. 해외 배급은 넷플릭스가 맡았다.
무엇보다 ‘제이슨 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떠오른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만큼 할리우드 연출 스타일을 액션 곳곳에 적절히 녹여냈다. 슬로 모션을 줄이고 핸드 헬드(손으로 들고 찍기)나 셰이키캠(의도적으로 카메라를 흔들며 찍기) 촬영을 늘려 현장감을 살렸다. 근접 격투 장면도 가격 순간의 타격감을 강조하기 위해 액션, 리액션으로 컷을 나눠 빠르게 전환하고 신체가 클로즈업된 샷과 풀샷, 드론을 이용한 부감(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샷) 화면을 빽빽하게 끼워 넣었다.
이승기(왼쪽)와 배수지는 2013년 MBC 드라마 ‘구가의 서’ 이후 6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40여 일 동안 모로코, 포르투갈 현지 촬영을 하면서 액션도 장소에 맞게 바뀌었다. 기차를 타고 도망가는 제롬을 달건이 오토바이를 타고 쫓는 기존 설정도 좁은 골목이 많은 탕헤르 특성을 고려해 파쿠르로 변경했다. ‘본 얼티메이텀’(2007년)의 맷 데이먼, ‘인셉션’(2010년)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내달린 골목에서 질주하는 달건의 동선도 제작진이 두 번의 사전 답사를 통해 디테일하게 기획한 장면이다. 총연출을 맡은 유인식 감독은 “가장 적합한 장소를 찾기 위해 5층 높이의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렸다. 지팡이를 사서 짚고 다닐 정도로 고됐다. 일일이 수백 가구에 촬영 협조를 구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 특전사 경험 살린 이승기의 맨몸 액션
이승기, 배수지를 비롯한 배우들은 두 달 넘게 액션스쿨에서 기초 체력과 격투 합을 맞추는 훈련을 받았다. 동작은 스턴트맨 출신 무술인 달건의 캐릭터를 고려해 빠르고 간결하게 구성했다. 강풍 무술감독은 “특공무술과 유사한 액션을 떠올렸다. 크고 과장된 몸짓은 최대한 자제했다”고 밝혔다.
모로코 탕헤르에서 차량 추격전을 촬영하는 이승기와 제작진.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