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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 정부 “일시적”

입력 | 2019-10-02 03:00:00

9월 소비자물가 전년 대비 0.4%↓… 정부 “농축수산물 공급과잉 탓”
일각 “전반적 수요부진이 원인”




9월 소비자물가가 0.4% 낮아지며 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물가 하락세가 장기화하면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고 고용 부진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은 1일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하락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줄곧 0%대에서 머물다 8월 ―0.04%로 하락한 뒤 지난달 감소 폭이 더 커졌다. 물가 상승률이 9개월간 1%를 밑돈 건 2015년 2∼11월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은 소수점 첫째 자리를 기준으로 공식 통계를 산정하는 만큼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9월이 사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마이너스 물가를 공급 확대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했지만 올해는 생산량이 늘며 농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8.2%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어 무상교육 확대로 고교 납입금이 38.2% 감소하고 학교 급식비가 57.8% 줄어든 점도 물가 하락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국제 유가의 안정으로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통계청은 전체 물가 증감 폭 가운데 농축수산물이 0.7%포인트, 석유류가 0.26%포인트 인하 효과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분석과 달리 물가 하락의 원인이 수요 부진에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농축산물 등 계절적 요인에 영향 받는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0.6%로 1999년 9월(0.3%) 이후 가장 낮았다. 소비 추세와 밀접한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9월 기준 0.5%에 그쳤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월별 소비지수는 변동성이 크고 전반적으로 성장 흐름이 약해져 수요가 물가를 못 끌어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1.8%로 당초 전망보다 0.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물가 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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