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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프듀X’ 투표 조작 의혹… CJ ENM, 아이들의 열정 농락했나

입력 | 2019-10-03 00:00:00


케이블채널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프로듀스X101’을 통해 데뷔한 그룹 ‘엑스원’ 멤버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를 1일 압수수색했다. CJ ENM이 제작하고, 이 회사가 보유한 채널 엠넷에서 방송된 ‘프듀X’는 오디션에 참여한 아이돌 연습생 101명 중 11명을 시청자 투표로 선발해 그룹으로 데뷔할 기회를 준다. 이날 압수수색을 당한 연예기획사는 7월 ‘프듀X’의 마지막 방송 당시 문자 투표보다 높은 순위에 오른 정황이 있는 멤버들이 속한 5곳이다.

‘프듀X’는 아이돌 연습생들이 오직 실력으로 시청자의 선택을 받는 공정한 경쟁의 장을 펼쳐 보이며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경찰 수사 내용만 보면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의 순수한 도전을 농락하는 투표 조작이 이뤄졌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투표 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프듀X’ 제작진 한 명이 피의자로 입건됐고, 제작진과 연예기획사 사이에 뒷돈이 오간 정황도 수사 중이다. 이를 제작한 CJ ENM과 연예기획사 간 유착도 의심된다. CJ ENM 전직 임원이 대표로 있는 자회사를 둔 연예기획사와 CJ 계열사 임원으로 근무했던 총괄 프로듀서가 있는 연예기획사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2017년 엠넷의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로 수사를 확대했다. CJ ENM과 엠넷 경영진의 관련 여부도 밝혀내야 한다.

이번 ‘프듀X’ 투표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만큼 부끄러운 일이 없다. 연예인을 꿈꾸는 많은 청소년들이 ‘프듀X’를 보며 대형 기획사 지원이 없어도, 특별한 인맥이 없어도 데뷔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밤샘 연습을 하며 가혹한 평가를 감내했으나 탈락한 청소년들, 이를 시청하며 투표로 응원했던 청소년들은 이제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의심한다. 시청률과 돈벌이를 위해 조작을 서슴지 않은 어른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채용 사기극’을 벌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불공정한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