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 도발]잠수함서 기습발사 ‘궁극의 핵무기’
○ 한국은 물론 오키나와 등 주일 미군기지까지 타격 가능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은 정점고도 910여 km를 찍고 460여 km를 날아갔다고 군은 밝혔다. 이를 정상 각도로 쐈다면 최대 2000km 이상 날아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11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제원상 가장 긴 사거리의 미사일을 쏜 것이다. 이 경우 한국 전역은 물론이고 오키나와 등 주일 미군의 모든 기지가 사정권에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이 발사체의 비행궤도·특성이 2017년 5월 발사한 북극성-2형(KN-15) 지대지 탄도미사일(북한 명칭은 중거리전략탄도탄)과 거의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극성-2형을 개량한 신형 SLBM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최대 사거리가 1300∼1500km인 북극성-1형 SLBM을 북극성-2형으로 개량한 뒤 이를 다시 북극성-3형 SLBM으로 개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김정은, SLBM을 핵개발 최종 목표로 삼은 듯
잠수함에 실렸다가 갑자기 수중에서 발사되는 SLBM은 위성 등으로 사전 탐지·포착은 물론이고 요격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은 2020년대 중반까지 북한 잠수함의 SLBM 위협을 단계별로 포착해 선제 타격하는 ‘수중 킬체인’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그만큼 SLBM의 기습 타격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이다.
SLBM에는 재래식탄두와 핵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다. 군이 2022년부터 배치하는 신형 잠수함(3000t)에 6∼10기 정도 탑재될 SLBM에는 재래식탄두가 장착된다. 파괴력이 제한되는 재래식탄두로는 SLBM의 전략·전술적 효용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SLBM에 핵을 장착하는 순간 ‘궁극의 핵무기’로 변신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수준(15∼2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의 핵탄두를 장착한 SLBM 1발로 서울의 절반 이상을 초토화할 수 있을 정도다.
더욱이 북한은 2017년 수소폭탄급 핵실험(6차)에 성공한 데 이어 핵 소형화도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만약 수폭급(50kt 이상) 핵을 장착한 SLBM이 실전 배치될 경우 북한의 핵위협은 더 이상 제어하기 힘든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더 작고 위력이 큰 핵탄두를 SLBM에 장착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을 장착한 SLBM은 F-35A 스텔스전투기 등 대북 킬체인의 발진기지와 미 증원전력의 주요 통로(항구, 비행장) 등을 언제든 기습 타격할 수 있다. 또한 바다에 있는 잠수함에 실려 있는 만큼 적국의 선제 핵공격에도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아 ‘제2격(second strike·보복 핵공격)’도 가능하다. 영국과 프랑스가 핵탄두 수량은 러시아에 크게 뒤지지만 핵탑재 SLBM을 장착한 전략핵잠수함으로 핵억지력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