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린 첫 남북통일축구대회는 숱한 화제를 낳았다. 한국팀 고문으로 참가한 당시 이회택 포항제철 감독은 경기 전날 6·25전쟁 때 헤어진 아버지 이용진 씨를 40년 만에 만났는데,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의 8강 신화를 쓴 박두익이 주선했다고 한다. 이듬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일팀이 구성됐고 평양 범민족통일음악회, 뉴욕 남북영화제, 남북고위급회담 개최 등으로 이어졌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한국과 북한전이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다. 1990년 남북통일축구대회 이후 29년 만의 평양 방문경기다. 조 1위에 오른 북한의 경기력은 물론, 북한 관중의 광적인 응원전도 볼거리다. 북한은 이런 응원에 힘입어 2015년부터 평양에서 열린 7차례의 남자국가대표 축구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고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경기장에 나타날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거에도 북한은 이런저런 정치적 이유로 확정된 대회 장소를 변경한 적이 있다. 2008년 3월 26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0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한국과 북한의 경기 장소는 막판에 중국 상하이로 변경됐다. 김일성경기장에서 태극기가 펄럭이고, 북한팀이 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치를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는지, 경기에 이기기 위해 정치를 동원하는지 구별이 안 가지만, 29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날리는 것은 북한에도 도움이 안 될 듯싶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