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에 글로벌 교역 부진 … WTO, 올해-내년 전망치 대폭 낮춰 교역량 증가율 석달 연속 마이너스, 美제조업 신규수출 주문지수도 뚝 수출비중 높은 한국 경제 빨간불… 美경기 위축 우려에 증시도 흔들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는 데다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1일(현지 시간) 올해 세계 상품 교역량이 지난해보다 1.2%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WTO는 4월 교역량 증가폭을 2.6%로 전망했으나 6개월 만에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증가폭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교역량이 약 13% 감소했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WTO는 내년 세계 상품 교역량도 3.0% 증가에서 2.7%로 낮춰 잡았다. 교역 부진 이유로 세계 경제 양대 패권국인 미중의 무역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을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경제성장세를 주도해온 미국에서도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제조업 구매 관리자 지수(PMI)가 8월 49.1에서 9월 47.8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PMI는 기업의 구매 책임자 설문조사를 통해 경기 동향을 가늠하는 지표로 50이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 아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이날 발표치는 2009년 6월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다. 신규 수출 주문 지수도 8월 43.3에서 9월 41로 하락해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티머시 피오레 ISM 의장은 “7월부터 신규 수출 주문이 위축된 것에서 알 수 있듯 글로벌 무역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 교역량 감소는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1∼6월) 중 한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 줄었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 수출이 2.6%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수출 부진이 심한 편이다. 특히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출에 타격을 줬다. LG경제연구원의 ‘2020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당장 수익 창출이 어려운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를 위축시키고 결국 반도체 수요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교역량 감소세가 예상보다 큰 데다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 경기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자 국내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2일 코스피도 전날보다 1.95% 하락한 2,031.91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2.56%, SK하이닉스가 3.05% 하락하는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단기간 내에 세계 경제가 회복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 경제가 활력을 찾으려면 사회기반시설 투자와 함께 기업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