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징계처분을 하면서 징계절차를 회피하고자 ‘인사명령’ 형태를 취한 것은 위법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해충방제업체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A사는 지사장으로 근무하던 B씨를 다른 지역본부의 영업담당 부장으로 발령했다. 조직 내 위계질서를 무시하고 지사장으로서 자질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법원도 부당 전직 구제신청을 받아들인 중앙노동위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A사는 이번 인사발령이 직위 강등이 아닌 수평전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직무의 내용, 회사 내에서의 처우, 지위, 평가, 보수체계에 비춰 사실상 징계처분에 해당한다고 봤다.
평소 A사는 기존 지사장 중에 영업·직무수행 능력이 떨어지거나 성과가 부진한 사람들을 영업담당 부장으로 발령해왔고, 이들은 업무수행 실적이 ‘우수자’에 해당해야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사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재판부는 “지사장에서 영업담당 부장으로의 발령은 실질적으로 사직 욕구를 일으키고 좌천에 해당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며 “B씨의 비위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자 했다면 정당한 징계절차를 거쳐 그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명령은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이 징계의 종류로 정한 ‘전직’ 또는 ‘기타 징벌’에 해당함에도, 징계절차를 회피해 이뤄졌으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