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일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우려와 경고를 쏟아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의 SLBM은 2016년 시험 발사 때에 비해 역량이 훨씬 더 증가했다. 동해에서 한국을 불시에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한국 내 미사일 방어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도 “사거리가 중거리로 늘어난 데다 잠수함에서 쏠 수 있는 만큼 공해상으로 나가서 발사하면 괌은 물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 만큼 사거리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발사는 북한이 협상 레버리지를 높이려는 전략이자,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다.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북한의 이런 전략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발사가 북한의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의 진전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존의 단거리 미사일과는 차원이 다른 SLBM의 발사가 북-미 실무협상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크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기자와 만나 “북한의 SLBM 발사는 끔찍한 선택”이라며 “북-미 회담에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토비 달튼 카네기국제평화기금 핵정책국장은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SLBM발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눈을 찌르는 것과 같은 것이자 명백한 유엔안보리 위반”이라면서도 “미국이 그동안 공들여온 북미 협상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도발이 미국에 ‘새로운 접근법’을 가지고 협상장으로 나오라는 최종 경고인지 (보다 막강해진 기술력을 무기로) 강경해진 북한의 협상 자세를 시사하는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달튼 소장은 “대부분의 워싱턴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전보다 더 강경한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션 킹 파크 스트래티지스 부소장은 통화에서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없는 가운데 열리는 첫 북-미 실무 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훨씬 더 담대해진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도발로 미 의회와 조야를 중심으로 북한 비핵화 회의론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킹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자신만의 ‘업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연내 북미 정상회담 등을 예정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 내다봤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SLBM 발사에 대해 어떤 언급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는 기존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합의 위반이 아니다” “작은 것” “다른 나라들도 다 하는 시험발사” 등으로 애써 의미를 축소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사일의 종류와 의미가 다른데다 실무 협상이 임박한 시점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조차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브런즈윅=김정안 특파원jkim@donga.com
브런즈윅=김정안 특파원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