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이호준 타격코치. 스포츠동아DB
“정말 많이 배웠죠.”
이호준 NC 다이노스 타격코치(43)는 KBO리그 포스트시즌(PS)의 산증인 중 한 명이다. 역대 야수 최고령 출장 기록(2017년·만41세8개월13일)은 물론 10홈런으로 최다 홈런 4위 등 굵직한 지표에 자신의 이름을 선명히 새겼다. 은퇴 2년차. 그는 화려한 역사를 모두 뒤로한 채 초보 코치로 PS에 다시 섰다.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은 그의 PS 코치 데뷔전이었다.
경기 전 만난 이 코치는 “선수 때와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면서도 “준비할 건 분명히 많다. 선수 때 ‘내가 편할 방법’을 고민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선수들을 편하게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칭스태프가 아무리 ‘보너스 게임’임을 강조해도 선수들의 긴장과 경직은 어쩔 수 없다. 이 코치는 “이겨내야 한다”는 말로 긴장감을 대신 표현했다.
이 코치의 지도 비결은 ‘선수처럼’이었다. 타격코치로서 선수들을 지적해야 할 순간이 오더라도 한 번쯤은 꾹 참았다. 선수 본인이 가장 먼저 자신의 잘못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이를 되짚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 코치는 “선배이자 형으로서 후배들을 대했다. 멘탈적인 부분을 되짚는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오히려 내가 배운 게 더 많았던 시즌”이라고 회상했다.
이 코치는 후배들에게 “역대 첫 WC 업셋으로 역사를 한번 써보자. 아무도 못 간 길을 밟는 것, 정말 멋지지 않겠나”라는 당부를 남겼다. 그의 말처럼 2015년 도입된 WC 제도에서 5위 팀이 4위 팀을 제압한, ‘업셋’은 없었다. 2016년 KIA 타이거즈가 LG 상대로 1차전을 챙기며 2차전까지 시리즈를 끌고 간 것을 제외하면 모두 단판 승부로 끝이 났다. 이 코치는 이 첫 역사를 기대한 것이다.
비록 NC가 WC 1차전에서 1-3으로 패하며 바람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한 경기 만에 가을이 저물었지만 지난해 최하위 팀이 1년 만에 이뤄낸 성과임을 감안하면 의미는 분명했다. 이 코치 역시 올해 144경기 레이스, 그리고 WC에서 얻은 자신감이 2020시즌과 그 이후 NC의 도약에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했다. ‘전직 PS 타짜’ 이호준의 코치 첫 가을은 개인과 팀 모두에게 소득이 분명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