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가 매년 강화되면서 기업 10곳 중 7곳은 이에 대한 대응은커녕 규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조차 힘겨워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3일 발표한 ‘기업 현장방문을 통한 환경규제 합리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환경부가 새로 도입한 규제는 509건이고 기존의 규제도 매년 30~80건씩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가 8월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업 100곳 중 68곳이 ‘규제 내용 파악이 어렵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강화되는 환경규제와 관련해 ‘비용 부담’(65개사)과 ‘내부 전문인력 부족’(56개사) 등을 또 다른 어려움으로 꼽았다. 부담이 큰 대표적인 환경규제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주요 규제의 구체적인 기준을 담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공포 이후 시행까지 평균 소요기간은 각각 5일과 10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설문 응답기업의 71%가 규제 제·개정 과정에서 정부와 협의가 잘 안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기업들이 규제를 이행하기 위해 준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규제가 먼저 시행되다 보니 다수의 업체가 허가취소나 폐쇄명령 조치를 받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해 가장 강력한 처벌인 허가취소(478건)와 폐쇄명령(609건)이 2014년에 비해 각각 476%, 124%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장현숙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신설·강화하는 규제의 준비기한을 충분히 보장해 기업의 규제이행을 돕고 관련 인프라도 사전에 구축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며 “환경과 기술 개발을 동시에 고려한 실효성 있는 규제 마련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