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신진식 감독. 사진제공|삼성화재 배구단
순천 MG새마을금고 KOVO컵 남자부 5일째. 예선리그 3경기를 마치고 순천을 떠나는 팀이 처음 나왔다. A조의 삼성화재는 3일 팔마체육관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대한항공에게 세트스코어 1-3(25-23 17-25 22-25 20-25)으로 패했다. 예선리그 1승2패를 기록했다. 송희채 산탄젤로 김나운 등의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뛸 선수가 고작 11명에 불과했던 삼성화재였다.
오후 2시에 벌어지는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은 순천 원정숙소의 짐을 모두 꾸려서 나왔을 정도로 신진식 감독은 이번 대회에 마음을 비웠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제천 KOVO컵에서 우승했던 디펜딩챔피언이다. 그는 “선수가 모자라 힘들었다. 이제 샤워하고 용인의 훈련장으로 올라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2번째 OK저축은행-현대캐피탈의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이 3-0으로 이기면 삼성화재가 조 2위로 준결승전에 진출할 희망은 남아 있었다. 신진식 감독은 “만일 우리가 준결승전에 진출하면 올라가다가 버스를 되돌리면 되지만 그보다는 숙소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내려오겠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결과가 궁금했는지 “우선 두 팀의 1세트 경기라도 보겠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이미 2승을 따내며 준결승전 진출이 확정됐지만 삼성화재를 상대로 주전 멤버들을 모두 투입하며 전력을 다했다. 박기원 감독은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되는 바람에 우리끼리 맞춰볼 시간이 부족했다. 정지석과 곽승석은 3개월 이상 대표팀에 차출된 탓에 아직 자기 리듬을 찾지 못한다. 우리는 기회만 있다면 플랜B도 테스트하고 많은 선수들을 리그에 대비해 실전에서 준비해봐야 한다. 지금은 초긴장상태”라고 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왼쪽)-OK저축은행 석진욱 감독. 스포츠동아DB
이어진 현대캐피탈-OK저축은행 경기는 인천 주안초등학교 배구부에서 시작해 30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온 최태웅-석진욱 동창생 감독의 첫 공식경기 맞대결이었다. 최태웅 감독은 이전과는 달리 3세트까지 주전멤버를 모두 투입하며 OK저축은행과 총력전으로 맞섰다. 마침 현대캐피탈에는 지난 시즌까지 요스바니라는 이름을 달고 OK저축은행 선수로 뛰었던 예르난데스까지 있어 눈길을 모았다.
1세트 듀스 접전 끝에 현대캐피탈이 26-24로 이겼다. OK저축은행 새 외국인선수 레오의 강하고 정확한 서브가 위력적이었다. 스파이크 서브를 때리기 위해 공을 위로 올리는 토스의 높이가 엄청 높았다. 공교롭게도 OK저축은행은 5일 그룹의 임직원이 모두 참석하는 창립 20주년 워크샵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만일 팀이 순천 KOVO컵 예선에서 탈락하면 워크샵에 참석해야 한다. 선수단도 이를 알았지만 프로선수답게 눈앞의 경기에 꼭 이기겠다는 본능이 앞섰다. 2세트 24-23에서 현대캐피탈 전광인의 스파이크서브가 아웃되면서 세트스코어 1-1이 되는 순간, OK저축은행 프런트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회사 창립 20주년의 중요한 행사에 가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선수들과 함께 순천에서 지내야겠다”고 했다. 반면 예선탈락이 확정된 삼성화재 버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현대캐피탈이 2-1로 앞선 4세트 OK저축은행은 조재성을 윙공격수로 투입해 리시브 능력을 테스트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주공격수로 활약했지만 이번 시즌 레오의 영입으로 활용가치가 줄어든 그에게 포지션 변경을 통해 새로운 배구인생을 열어주겠다는 석진욱 감독의 배려가 담겨 있다. 고교시절까지 리시브를 했던 조재성은 경희대시절 팀 형편에 따라 주공격수가 됐다.
지난 시즌 OK저축은행 전승을 기록했던 현대캐피탈은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1(26-24 23-25 25-23 25-23)로 이기며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의 자존심을 세웠다. 1승2패를 기록한 OK저축은행은 세트 득실에서 앞서 A조 2위로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순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