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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약 1년해도 세입자 원하면 2년 거주

입력 | 2019-10-04 03:00:00

[고준석의 실전투자]주택임대차 보호법 어떻게 적용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초등학교 교사인 A 씨(39)는 5년 전 전세를 끼고 아파트 한 채를 장만했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에서 자신이 구입한 아파트로 올해 11월 이사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계약 기간을 1년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달 초 A 씨가 세입자와 이사 기간을 조율하던 중 세입자가 올 11월에는 도저히 아파트를 비워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임대차 기간을 1년으로 정한 건 무효이니 앞으로 1년 더 살겠다”고 주장했다. 세입자의 주장이 완고해 더 이상 협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A 씨가 사는 전셋집의 임대차 기간이 이미 1개월이 지난 데다 이사할 걸 예상해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에는 A 씨처럼 집주인과 세입자 간 명도 문제를 둘러싼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이런 분쟁을 예방하려면 먼저 임대차 계약서를 잘 써야 한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전세나 월세 계약을 맺을 때 임대보증금과 계약 기간, 임대(사용)면적은 꼭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간혹 임대차 기간을 누락하거나 정하지 않기도 한다. 때론 집주인과 세입자가 사정에 따라 임대차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정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모든 임대차 기간은 최소 2년으로 본다. 따라서 A 씨처럼 임대차 기간을 1년으로 정했더라도 세입자가 원한다면 2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인정해줘야 한다. 이는 현행법이 사회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최소 2년의 임대차 기간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집주인과 달리 세입자는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 기간이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A 씨가 새 전셋집을 구하지 않고 지금 사는 전셋집에서 계속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임대차 기간이 끝나고 재계약을 하려면 현행법상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한다. 집주인은 재계약을 거절하거나 보증금 인상 등 계약 조건을 바꾸려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미리 세입자에게 알려야 한다. 반면 세입자는 계약 만료 1개월 전까지만 집주인에게 통지하면 된다.

그런데 A 씨가 현재 사는 전셋집의 임대차 기간이 이미 끝났는데도 집주인으로부터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 A 씨 역시 아직 집주인에게 이사한다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이처럼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법에서 정한 기간 동안 아무런 통지가 없이 임대차 계약이 끝난 경우 임대차 계약은 기존과 동일한 조건으로 2년간 자동 연장된다. 이른바 ‘묵시적 갱신’이다. 다만 묵시적 갱신으로 재계약된 경우 세입자는 언제든지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 그 효력은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생긴다. 즉, 세입자는 이사 3개월 전에 집주인에게 알리기만 하면 언제든지 보증금을 돌려받고 이사갈 수 있는 셈이다.

종합하면 A 씨는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의 임대차 기간을 1년으로 계약했지만 세입자가 그 계약 기간을 2년으로 주장하고 있는 만큼 그 기간을 인정해줘야 한다. A 씨가 사는 전셋집은 이미 묵시적으로 임대차 기간이 갱신된 상태다. 따라서 A 씨는 세입자와 명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존 전셋집에 계속 살면서 이사 시점을 1년가량 연기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