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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서울 1시간대 전철’ 물거품 위기

입력 | 2019-10-04 03:00:00

내년 개통 예정 서해선 복선전철… 여의도 잇는 신안산선에 연결안돼
충청권 시도지사들 직결 건의문에… 국토부 “기획단계부터 환승 검토”



이춘희 세종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이시종 충북지사(왼쪽부터) 등 충청권 시도지사들이 서해선과 신안산선의 직접 연결을 공동으로 촉구했다. 충남도 제공


2015년 5월 22일 충남 홍성군 홍성역 환승주차장에서 ‘서해선 복선전철 기공식’이 열렸다.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강영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홍문표 국회의원(홍성-예산), 지역 주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국토부는 “서해선 복선전철에는 기존의 새마을호에 비해 속도가 1.6배 정도 빠른 시속 250km급 고속전철(EMU-250)이 운행돼 서울까지 1시간대 이동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홍보했다.

지역 주민들은 환호했다. 장항선을 이용해 영등포까지 가려면 2시간가량(1시간49분) 걸렸는데 이동시간이 절반 가까이로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서해선 복선전철은 홍성역과 경기 화성시 송산역을 연결하는 90.01km 노선으로 3조8280억 원이 투입돼 2020년 개통된다.

하지만 그 기대는 4년 만에 물거품이 될 위기다. 충남도가 7월 국토부의 서해선 운영 계획을 확인한 결과 서해선은 초지역(경기 안산시)∼여의도(서울)를 잇는 신안산선에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해선 열차 이용객들은 한 번에 여의도까지 진입하지 못하고 초지역에서 환승해야 한다. 이럴 경우 환승의 불편을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소요시간이 훨씬 늘어나는 것으로 충남도는 추산했다.

환승할 경우의 소요시간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충남도의 추산이 엇갈리고 있다. 국토부는 환승을 하더라도 57분(홍성역∼초지역 35분, 초지역∼여의도 22분)에 도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충남도 관계자는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초지역∼여의도 소요시간은 39분이 소요되고 열차를 바꿔 타는 데 20분가량 걸려 환승 방식의 경우 홍성역∼여의도 간 소요시간은 94분 걸린다”고 말했다. 94분이 걸리면 기존 장항선을 이용할 때에 비해 별반 나아진 게 없는 셈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양승조 충남지사는 8월 24일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지사와 대전에서 만나 ‘서해선과 신안산선 직결 충청권 공동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들 시도지사는 “국토부의 서해선과 신안산선 환승 계획은 충남도와 협의나 통보 없이 일방 추진한 것으로, 지역 발전을 기대했던 충청인에게 큰 상실감과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부·호남선, 강릉선, 수서∼평택 등 전국 주요 철도는 서울과 직결하면서 서해선만 유일하게 환승 방식으로 하는 것은 지역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충청권의 반발에도 국토부는 직결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보도자료에 혼선을 줄 수 있는 표현이 있었다. 이후 검토해 보니 기본계획 단계에서부터 환승으로 검토했었다. 여러 사정상 신안산선 직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충남지역민들은 “국토부의 계획대로 환승을 해야 한다면 장항선을 이용할 때에 비해 빠르지 않고 이용만 불편해진다”며 “국토부가 직결을 포함해 ‘1시간대 이동’이라는 당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