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경영’ 박진선 사장 4년째 우리맛 연구 프로젝트 진행… 채소 등 연구 1500여 레시피 개발 AI로 허드렛일 줄면 집밥 수요 쑥… 전 세계에 집밥솔루션 제안할 것
1일 서울 중구 충무로 샘표 본사에서 박진선 사장이 한식의 주재료와 요리법을 연구해 전 세계인이 만족할 만한 ‘집밥 솔루션’을 제안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박 사장은 장류 제조사였던 샘표를 식문화 기업으로 변신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일 서울 중구 충무로 샘표 본사에서 만난 박진선 사장(69)은 전통 장류 제조사인 샘표가 식재료를 연구하며 요리 레시피까지 제안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외식 및 배달 문화가 발달하면서 먹거리가 넘쳐나고 있지만, ‘집밥’을 대체할 순 없다는 것이다.
할아버지인 박규회 샘표 창업주, 아버지 박승복 회장에 이어 1997년부터 3대째 샘표를 경영해온 박 사장은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행복 그 자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건강한 식재료로 정성스럽게 밥을 지어 가족이 나누는 것만큼 귀한 것이 없다”면서 “식재료, 요리법, 소스란 음식의 3요소를 과학적으로 연구해 전 세계에 ‘집밥 솔루션’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축적된 레시피는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적 발판이 되고 있다. 샘표는 전 세계 식품·음식 관련 전문가 및 요리사와 이 레시피를 공유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공동 연구를 이어온 스페인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를 비롯해 샘표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세운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통해서다. 박 사장은 “우리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면서 “모든 재료와 각종 레시피에 어울리는 신개념 소스인 ‘연두’를 간장보다 많이 파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010년 개발된 연두는 채소 우린 물과 콩 발효액으로 만든 건강 소스라는 점이 주목받으며 현재 미국, 스페인, 호주, 프랑스, 중국 등 총 26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박 사장은 “간장만으로는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연두가 간장을 뛰어넘는 소스가 될 수 있게 10년이고 20년이고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샘표에는 숫자로 된 매출 목표가 없는 게 특징이다. 박 사장은 “생산 계획이 있으니 얼마나 팔릴 것이란 예측은 해야 하지만 목표를 잡아놓고 맞추려 하면 밀어내기나 갑질을 하는 일만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 대신 그는 매년 매출액의 4∼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철칙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도 박 사장은 우리맛 연구의 결과를 각 가정과 요리학교, 학교 급식소, 개인 식당 등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고도 했다. 최근 샘표는 ‘버섯을 고기처럼 맛있게 먹일 수 있는 레시피’ 등을 담은 집밥 레시피북을 4만3000여 가정에 전달했다. ‘우리맛 연구 우리채소편’ ‘우리맛 연구보고서 봄나물편’ 등도 발간했다. 박 사장은 “질 좋고 맛있는 음식을 쉽게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전파하면 우리 사회의 음식 문화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