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美, 中이어 유럽과도 무역 전쟁
기존에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대서양으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의 침체 우려가 더욱 커졌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일(현지 시간) EU로부터 수입되는 항공기에 10%, 스카치위스키 치즈 커피 공구 등 농산물과 공산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날 세계무역기구(WTO)가 항공기 보조금을 두고 미국과 EU가 벌인 분쟁에서 미국의 손을 들어주며 징벌적 관세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EU는 오랫동안 에어버스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왔으며 미국 항공산업과 우리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EU의 대서양 무역전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해 미국이 유럽의 알루미늄과 철강에 고율 관세를 매긴 뒤 EU가 미국산 청바지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본격화했다. WTO는 내년 초 EU가 주장하는 미국의 보잉에 대한 불법 보조금 문제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외신에 따르면 EU는 보잉 사건에서 승소할 경우에 대비해 2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 대상 품목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주재 미 상공회의소 주최 행사에 참석해 “누군가 우리의 항공기 회사들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는 정확하게 똑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잉에 대한 WTO 결정 전에 미국이 선제공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3일까지 결정하기로 한 유럽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OECD는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이유로 길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을 꼽았다. 세계 교역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으며 수출이 침체되고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설명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성장률 감소 효과는 최대 0.4%포인트에 이른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무역전쟁이 발발해 세계 교역시장이 추가로 위축되면 내년 성장률이 전망치인 3%를 밑돌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도 직간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다만 미국은 이번 보복 관세를 EU와의 무역협상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USTR는 “WTO가 최고 100%의 보복 관세를 허용하고 있지만 EU와 15년 된 분쟁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관세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USTR 고위 관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은 새로운 관세 부과가 유럽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로 오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CNBC는 미국과 EU 측이 15일 무역협상을 위해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