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조국 타도’를 외친 범보수 진영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문재인 정권 들어 열린 범보수 성향 집회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범여 진영은 지난달 28일 대검찰청 부근에서 촛불집회를 연 데 이어 5일에도 같은 곳에서 ‘검찰 개혁, 조국 수호’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대한민국이 보수-진보 진영 두 편으로 완전히 갈라져 길거리에서 세력 전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 한 이런 세 대결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검찰 수사를 받는 조 장관을 비호하는 문 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검찰 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나라 위한 충정을 표현한 측면이 있겠지만, 길거리 세 대결은 집회에 참여한 군중의 규모를 내세워 정치적 입장을 관철하려는 것이다. 합리적 토론과 공론에 기반한 제도와 법치의 틀을 뛰어넘어 분열과 갈등을 정치동력 삼아 상대 진영을 제압하려는 후진국형 선동정치에 가깝다. 이런 군중정치가 만성화되면 대화와 타협의 정상적 민주주의 메커니즘은 실종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서로 진영으로 갈라져 편 가르기에 몰두하면 국가와 사회 전체 발전을 위한 소통의 기회는 봉쇄되고 국민 통합은 물 건너가게 된다. 단합된 힘으로 나라 안팎의 복합위기를 헤쳐 나가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방치하는 것은 정치권의 무책임이다. 더욱이 이미 민심의 불가(不可) 판정을 받은 일개 장관의 거취 문제를 놓고 온 나라가 내전을 벌이듯이 두 동강 나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민 통합의 책무를 진 국가원수인 문 대통령의 직무 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