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8625명 대상 첫 설문조사… “화성 같은 대형사건 공조 어려워” 수사팀 “이춘재 초등때 성경험 영향”
사진=경찰CI
“지역 자치경찰, 국가경찰 나누면 뭐합니까. 결국엔 둘 다 출동해요.”
제주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 경장은 2006년부터 제주지역에서 시행 중인 ‘자치경찰제’에 대해 3일 이렇게 말했다. 자치경찰제는 수사를 맡는 국가경찰과 교통 단속 등 22개 분야를 맡는 지역 자치경찰로 나눠 운영하는 제도다. A 경장은 “지난해 12월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해 보니 이미 소음 민원을 받은 자치경찰이 나와 있었다”며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이 불필요하게 이중 출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정부가 올 초 검경 수사권 조정과 연계해 자치경찰제를 2021년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선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이 8월 28일부터 지난달 17일까지 현직 경찰관 862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7488명(86.8%)이 자치경찰제에 반대했다. 자치경찰제와 관련해 전국의 현직 경찰관만을 상대로 이뤄진 설문조사는 처음이다.
한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용의자 이춘재(56)의 범행 동기로 아동 시기에 형성된 왜곡된 성적 지향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이춘재는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서 이뤄진 최근 경찰 조사에서 “초등학생일 때 같은 동네에 살았던 누나와 처음으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이른 성경험으로 인해 형성된 잘못된 성적 욕구가 성인이 된 이후 범행의 동기가 됐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권일용 ‘경찰 1호’ 프로파일러는 “너무 이른 나이의 성적 경험으로 인해 애정을 느끼는 감정보다 오로지 육체적 만족감만을 추구하게 되는 왜곡된 성적 태도가 생길 수 있다”며 “연쇄살인마 유영철도 어릴 적부터 성매매 여성들의 성관계 장면을 훔쳐봤다고 진술했고, 정남규 역시 아동 시기에 성폭행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고도예 yea@donga.com·한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