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출신 배우 배수지(25·이하 수지)는 예쁘면서도 ‘민간인스러운’ 매력이 만점이다. 영화 ‘건축학 개론’(2012년)으로 일약 스타배우가 된 것도 이런 자연미 덕택이다. 그런데 요즘 TV 드라마 ‘배가본드’를 두고 수지의 연기가 ‘옥에 티’라며 입 도마에 올랐다. 물론 잘하는 연기는 아니지만, 예쁘면 됐지 뭘 더 바라나. 수지가 꽃길만 걷길 바라는 아저씨의 염원에서, 그녀의 더 나은 연기를 위한 원 포인트 레슨을 해드린다.
SBS TV 화면 캡처
오 마이 갓! 이 긴박한 순간에 머리를 왼손으로 쓸어 넘기며 귀를 보여주는 수지. 수지야. 지금은 메소드 연기를 해야 할 때야. 사람이 죽어가는데 머리 넘길 여유가 어디 있니. 흘러내린 머리칼에 예쁜 얼굴이 가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팬 서비스임을 모르지 않지만, 이건 절박함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해 보이지 않겠니. 이순신 장군의 말씀을 기억하렴.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 나를 내려놓을 때 연기는 살아난다.
수지야. 상대를 앙증맞게 흘겨보면서 흰자위를 노출하는 것까진 아주 좋았어. 하지만 이때 무념무상의 얼굴을 해선 안 돼. ‘나 요염하지?’ 하는 유혹적인 표정을 시청자는 기대한단다. 장르적 연기란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을 시청자가 즉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그 감정을 전형적인 몇 개의 표정으로 보여주는 거야. 잊지 마. 수지야. 연기는 시청자와의 커뮤니케이션(소통)이야. 연기자의 표정은 신호이자 기호이고 약속이란다.
아잉, 수지야. 아저씨 속이 너무 상해. 표정이 밋밋하잖아. 충격적인 사실을 전하는 순간에 수지는 어떻게 ‘너, 오늘 이 언니가 아끼는 옷 입고 나갔니?’ 정도의 표정을 짓는 거니. 지금 수지에겐 하나의 감정을 0에서 10까지 여러 단계로 나눈 뒤 섬세한 차이를 표정으로 지어보면서 표정을 심화해가는 훈련이 필요할 것 같아. ‘거의 안 놀람-아주 약간 놀람-약간 놀람-놀람-아주 많이 놀람-화들짝 놀람-미친 듯이 놀람-분노한 듯이 놀람’처럼 감정의 등급을 촘촘히 나누고 층위별로 연습해보렴.
[5] 하지만 수지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고 믿어. 4회. 회식 자리에서 만취한 채 직장 상사인 팀장에게 “넌 내 꼬(거)야”라고 실언하는 장면을 보고 아저씬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너무 너무 너무 사랑스러운 이 눈빛 연기를 어쩔 거야. 이것 봐. 수지도 하면 되잖아. 앞으론 계속 취해버린다고 생각하자. 타인의 인생과 영혼에 좌고우면 안 하고 취해버리는 게 바로 연기잖아. 우리 수지, 꽃길만 걷자. 응?
이승재 영화 칼럼니스트·동아이지에듀 상무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