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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행복한 나라를 꿈꾸며[기고/박능후]

입력 | 2019-10-04 03:00:00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2일은 노인의 날이었고 10월은 경로의 달이다. 현세대 노인은 6·25전쟁을 겪어내고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압축 경제성장의 주역이다.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사회 중추 역할을 한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경의식을 높이기 위해 1997년부터 노인의 날과 경로의 달을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2017년 기준 725만 명으로 인구 대비 14%가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에는 1000만 명을 돌파해 인구 대비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사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노인빈곤율 1위(2015년), 노인자살률 1위(2014년) 등의 기록은 현재 노인 삶의 어려움을 반영한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고 누구나 노후생활을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는 포용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는 기초연금 인상, 치매 국가책임제, 장기요양 서비스 내실화, 노인일자리 확대, 노인 외래정액제 개선 등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노인복지 예산도 꾸준히 늘어나 2017년 9조5000억 원에서 올해 14조 원으로 1.5배로 증가했으며 내년에도 16조6000억 원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럼에도 공공 사회복지 지출 수준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인 11.1%에 불과하다. 고령화 속도를 고려할 때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 투자와 동시에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기초연금 인상을 추진하여 만 65세에 이르면 소득 하위 70%인 경우에는 30만 원을 지원한다. 추가적인 소득활동과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인일자리를 올해 61만 개에서 내년 74만 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적절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장기요양보험 통합재가 서비스(올 8월 예비사업 실시), 단기보호 서비스(지난달 시범사업 시작), 이동 서비스(올 5월부터 시범사업) 등을 내실화해 확산시킬 계획이다. 장기요양보험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 노인이라도 홀로 살거나 노쇠한 경우 예방적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사업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치매 극복을 위해 치매 원인의 진단과 예방, 치료기술 연구개발에 내년부터 9년간 2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가 본격적으로 고령인구에 진입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전통적인 노인 세대와 차별되는 특징이 있다. 도시 거주, 교육 수준, 자산 축적, 직업 경력 다양화 등이 새로운 정책을 요구하고 있어 기존 노인복지 정책 외의 다양한 과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발전한 기술을 적용해 노인복지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노인 세대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한 ‘웰다잉(well dying)’ 정책도 향후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노인이 행복한 세상은 정부 혼자의 힘으로는 실현할 수 없다. 국민 국회 전문가 시민단체를 비롯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바람직한 노후생활의 목표 수준을 설정하고, 정책과제와 실천전략을 마련해 나갈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노인 모두가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포용국가가 실현되기를 소망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