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 주재 대표부를 통해 요구한 국감 취재 허가 신청서.
박용 뉴욕 특파원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2조(공개 원칙)는 ‘감사 및 조사는 공개한다. 다만 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며 공개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공개가 원칙인 국정감사를 취재하는 데도 기자들이 조사관, 전문위원, 위원장의 결재선을 밟아가며 선별적으로 취재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요구를 한 것이다.
외통위가 헌법에서 규정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할 소지가 있는 취재 허가 신청서 작성을 요구하면서 제시한 법적 근거도 미약했다. 외통위는 취재 허가 신청의 근거로 ‘국회법 제149조의 2’ 규정을 제시했는데, 이는 ‘중계방송의 허용’에 관한 조항이지 국감 현장을 펜이나 노트북으로 기록하는 신문기자나 인터넷 매체 기자들까지 취재 허가를 사전에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외통위원들은 3일 뉴욕 유엔 주재 대표부와 뉴욕 총영사관 등 2개 기관에 대해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예년에는 오전 오후로 나눠 진행했지만 올해는 3시간만 하기로 했다. 물론 짧은 시간에 국정감사를 집중적으로 마쳐야 하고 한정된 공간 등을 고려하면 취재진의 사전 신청을 받고 취재 준수 사항을 안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세금을 들여 ‘3시간 국감’을 위해 뉴욕까지 방문한 외통위원들이 국민의 감시를 받아야 할 국감장에서 선별적으로 취재를 허가하겠다고 나선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과거의 ‘보도 통제’를 언급하는 불만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엔 주재 대표부 측은 논란이 일자 뒤늦게 “국감 전날 국회의 요청을 받아 신청서 내용과 대상자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며 “외통위에 (관련)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해명했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