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반도 서남해안에 접근한 제18호 태풍 ‘미탁’의 위성사진. 기상위성센터 제공
올 들어 가을 태풍이 3차례나 한반도를 직접 강타했다. 지난달 2일 발생해 역대 다섯 번째 강풍을 동반하며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제13호 태풍 ‘링링’을 비롯해 제17호 태풍 ‘타파’에 이어 제18호 태풍 ‘미탁’이 3일 한반도를 할퀴었다. 태풍 미탁은 이번 주 한반도에 영향을 줬지만 발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기상청 통계상 9월 태풍에 해당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이 태풍을 본격 관측하기 시작한 1951년 이후 9월 태풍 영향을 직접 세 차례나 받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태평양 저위도 부근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의 일종인 태풍은 주로 8월과 9월에 집중된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통계치를 ‘평년’으로 볼 때 태풍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시기는 8월로 5.8회였다. 4.9회인 9월이 두 번째다. 같은 평년 기간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준 태풍은 8월 1.1개, 9월 0.6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3, 4년 동안 9월 태풍이 심상치 않다. 9월 태풍 발생 수와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준 태풍 수는 각각 2016년 7회 발생에 2회 영향, 2017년 4회와 1회, 2018년 4회와 2회로 집계됐다. 올해는 6개가 발생해 미탁까지 3개가 영향을 줬다. 3, 4년간 9월 태풍 발생 수는 4.9회인 평년 통계치에 수렴하지만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수는 평년 0.6개를 훨씬 상회한다.
9월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빈도수가 많아진 직접적인 원인은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9월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위도에서 발달한 태풍은 통상 북태평양고기압의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북상한다. 고기압 세력에 밀리기 때문이다. 8월 말경 폭염이 꺾이면서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면 태풍의 진로가 대한해협과 일본 방향으로 바뀐다. 반대로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유지되면 진로 변경을 하지 않고 한반도 방향으로 빠르게 북상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를 9월 태풍의 핵심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연결고리를 찾으려면 추가 분석 연구와 통계 데이터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지며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 세력도 함께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다.
윤기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양으로부터 받은 열에너지가 여름철에 축적되면 다양한 양상으로 에너지가 방출되며 대기 순환이 균형을 찾아가는 경향이 생긴다”고 말했다. 윤 분석관은 또 “지난해 발생한 동아시아 폭염, 최근 몇 년간 제트기류 약화로 인한 한파 등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분석되는 것처럼 가을 태풍이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빈도수가 늘어나거나 위력이 커지는 것도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방출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아직 정확한 인과 관계를 찾기는 쉽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