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의혹 파문]서울도심 꽉 채운 “조국 퇴진” 목소리
개천절인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자유한국당과 보수성향 단체 등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부터 서울시청을 지나 옛 삼성본관 빌딩 앞까지 왕복 10차로 도로가 집회 인파로 가득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3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 30대 박모 씨는 30대 아내 김모 씨와 함께 두 아이의 유모차를 각각 끌고 이곳에 왔다. 박 씨는 “나도 지금 논문을 쓰고 있는데 제1저자는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등재돼야 한다. (조 장관 딸이) 영어 번역만으로 제1저자가 됐다는 건 명백한 연구윤리 위반”이라고 했다. 공학박사인 아내 김 씨도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 5년간 밤늦도록 실험하고 공부했다”며 “고등학생이 2주간 논문을 쓰고 제1저자가 됐다는 것에 박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와 자유한국당, 우리공화당 등이 집회를 주최했다.
○ “나 같은 엄마 두게 해서 미안하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조 장관을 향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60대 부모와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30대 남성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도 40번 넘게 참여했을 만큼 나는 ‘촛불시민’이었는데 (조 장관과 관련된) 이번 사태를 보고 참을 수 없어 나왔다”며 “1000명이 넘는 변호사, 1만 명이 넘는 대학교수들이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 국민의 목소리를 더 이상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미안해서 나왔다”는 교사들도 있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고교 영어교사인 이소희 씨(36·여)는 “외국어고등학교를 다닌 조 장관 자녀가 누린 ‘품앗이 인턴’은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기회조차 없다”며 “조 장관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인턴이었다고 했지만 그건 교사들도 알기 힘든 정보”라고 했다.
○ 자유한국당 “서초동 이긴 광화문광장”
자유한국당은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규탄대회’에서 문재인 정권이 ‘단군 이래 최악의 정권’ ‘친북 수구 위선 좌파’라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한국당은 광화문 삼거리에서 옛 삼성본관 빌딩 앞까지 1.5km 구간의 도로를 가득 채운 범보수단체 인파가 300만 명이라며 ‘서초동 집회 200만 명’을 이겼다고 주장했다.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쪽으로 가는 새문안로 갓길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지방에서 타고 온 전세버스 여러 대가 주차돼 있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검은 줄무늬 셔츠와 연갈색 바지를 입고 세종문화회관 앞 연설대에 올라 “대통령이 요새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며 “대통령이 조국에게 검찰 개혁하라고 하고 조국이 인사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는 건 검찰 수사를 마비시키고 수사팀을 바꿔 자기 비리를 덮으려는 것이다. 검찰 개혁은 가짜”라고 말했다.
빨간 조끼를 입고 연설대에 오른 나경원 원내대표는 “싸구려 감성팔이에 국민이 안 속으니까 홍위병을 풀어 200만 운운한다”며 “광화문광장은 서초동 대검찰청 도로보다 훨씬 넓다”며 “그들이 200만이면 우리는 2000만”이라고 했다.
○ “정의는 어디 갔냐” 촛불 든 대학생들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조 장관 임명을 규탄하는 전국대학생연합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에서 각각 열린 조 장관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대학 연합 집회 형식으로 처음 열린 것이다. 고려대와 연세대, 단국대 등 40개 대학이 참여한 이날 집회에는 700여 명(오후 7시 기준)이 참여했다. 이들은 ‘조로남불 그만하고 자진해서 사퇴하라’ ‘금수저는 격려장학 흙수저는 학사경고’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과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을 양손에 들고 “평등공정 외치더니 정의는 어디 갔냐” 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가한 부산대 4학년 황모 씨(25)는 “우리 같은 흙수저는 죽어라 공부해도 장학금 받기도 힘든데 조국의 딸은 방 안에서 해외봉사와 인턴을 했다고 한다. 기득권 세대가 쌓아 놓은 인맥문화를 우리가 없애야 한다”고 했다. 단국대 학생은 “특권을 이용해 편법을 쓴 사람이 법치국가에서 법을 다스리고 국민들에게 법을 준수하도록 지시하는 자리에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국대학생연합이 온라인에서 진행하고 있는 ‘조국 퇴진을 위한 전국 대학생 서명’에는 3일 참여자가 800명을 넘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조동주·김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