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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 갑자기 쏟아진 폭우… 산사태-급류로 인명 피해 커져

입력 | 2019-10-04 03:00:00

[큰 상처 남긴 태풍 ‘미탁’]전국서 10명 사망 4명 실종




산사태로 매몰되고 급류에 끊어지고 제18호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강타하며 큰 피해를 남긴 가운데 3일 부산 사하구 구평동의 한 야산 인근에서 경찰과 소방당국이 산사태 매몰자를 찾고 있다. 이날 오전 발생한 산사태로 토사가 주택, 식당, 공장을 덮쳤고 4명이 묻혔다. 이날 오후 10시 반 현재 매몰 추정자 4명 중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오른쪽 사진). 경북 영덕군 영해면과 병곡면을 연결하는 다리인 송천교가 끊어져 주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영덕=뉴스1·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제18호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짧은 시간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일부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했고 토사가 주택, 공장 등을 덮치면서 인명 피해까지 겹쳤다. 강원 삼척시의 한 마을에선 집 대부분이 토사에 반쯤 묻혔고 강릉에선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겨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 산사태로 토사가 주택을 덮쳐

3일 오전 9시 5분경 부산 사하구 구평동의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인근 주택, 공장, 식당을 덮쳤다. 주택에 있던 권모 씨(75)와 아내(70), 아들(48) 등 일가족 3명과 식당에 있던 60대 여성 등 4명이 매몰됐다. 이날 오후 10시 현재 매몰자 4명 중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된 매몰자 중 한 명은 토사 더미 3m 아래 묻혀 있었다.

경찰과 소방, 군부대는 600여 명과 중장비 20여 대, 구조견 등을 동원해 수색·구조 작업을 벌였지만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워낙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현장에는 토사가 정상에서 400여 m산비탈을 타고 내려와 매몰된 주택은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파묻혔다. 산사태는 폭우로 지반이 약해지며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3일 0시 56분경 삼척시 오분동에서 경사지가 붕괴되면서 토사가 김모 씨(77·여)의 집을 덮쳤다. 119대원들이 주택에 있던 김 씨를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같은 날 오전 1시 16분경 경북 영덕군 축산면에선 김모 씨(66) 자택이 무너지면서 아내(59)가 매몰돼 숨졌다. 포항시 북구 기북면 대곡리에서는 폭우로 주택이 쓰러지면서 노부부가 매몰됐다. 60대 아내는 구조됐지만 70대 남편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울진군 울진읍의 한 주택이 무너지면서 60대 부부가 매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 순식간에 ‘물폭탄’ 쏟아진 강원 영동

강원 동해안에 30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강릉과 삼척, 동해는 도심 곳곳이 물에 잠겼다. 이 지역 주민들은 밤새 폭우와 거센 비바람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했고 날이 밝자 흙탕물로 가득 찬 도시 풍경에 망연자실했다.

삼척시 원덕읍에는 2일부터 3일 오전 8시까지 341mm에 이르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원덕읍 신남마을은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와 나무들로 뒤덮였다. 마을 한가운데를 잔잔히 흐르던 복개천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마실 다니던 샛길은 거센 물결이 흐르는 계곡으로 변했다. 빨간 등대로 유명한 신남항은 폭격을 맞은 듯 변해 부두에 가지런히 정리해 둔 어구는 대부분 사라졌다.

강릉 경포해수욕장 인근 진안상가는 물바다로 변했다. 한 상인은 “지난해 8월에도 침수돼 힘들었는데 다시 물난리를 겪고 보니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충격이 크다”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포 저류지에 주차돼 있던 대형 트럭들은 운전석 창문만 보일 정도로 잠겼고 승용차들은 완전 침수되기도 했다. 강릉시내에서는 모든 노선의 시내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차고지 앞 도로가 무릎 높이만큼 물에 잠겨 버스들이 꼼짝을 할 수 없었다. 김정숙 씨(63·여)는 “모임이 있어 나왔다가 택시를 잡기 힘들어 정류장에서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 모임 가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경포호 인근 경포대초등학교는 학교 1층이 침수됐고 중앙초등학교는 1, 2층에서 물이 새는 피해가 발생했다. 경포대초교는 물이 빠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4일 휴업을 결정했다. 이날 개막하는 강릉커피축제도 큰 타격을 받았다. 안목해변에서 진행하려던 축제는 취소됐고 축제장인 아이스아레나에도 흙탕물이 들어와 일부 행사가 연기됐다.

삼척=이인모 imlee@donga.com / 부산=강성명 / 영덕=장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