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내한 ‘백조의 호수’ 매슈 본 발레의 통념 깬 파격적 남성 군무… “춤을 통한 도전은 계속됩니다”
‘왕자’ 역을 맡은 도미닉 노스(오른쪽)가 ‘백조’ 역의 윌 보저(왼쪽)가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 LG아트센터 제공
매슈 본 버전의 ‘백조의 호수’는 무용계에서 신(新)고전 반열에 올랐다. 유약한 왕자와 그가 갖지 못한 강인함, 아름다움, 자유를 가진 환상 속 존재인 백조 사이의 슬픈 드라마를 담았다. 배경은 현대 영국 왕실로 옮겼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주인공이 비상하는 공연 장면이 삽입되며 작품은 더욱 유명해졌다.
그가 안무를 짜면서 꾀한 가장 큰 변화는 ‘남성 백조’였다. 그는 “남성 백조는 기억 속 ‘백조의 호수’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버릴 만큼 상징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1995년 영국에서 상의를 벗은 남자 무용수가 무대를 뛰어다닐 때는 현실의 벽을 체감해야 했다. 통념을 깼다는 호평보다 ‘게이들의 백조’라는 비웃음이 더 컸다. 남성 백조와 왕자의 2인무를 견디지 못해 퇴장하는 관객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는 “이미 비슷비슷한 백조의 호수가 너무 많다”며 신념을 꺾지 않았다.
최근 미국의 한 앵커가 “영국 조지 왕자가 발레 수업을 좋아하는데 얼마나 오래갈지 보자”고 발언한 데 대해 300여 명의 남자 무용수들은 항의 차원에서 야외 발레 군무를 펼쳤다. ‘편견을 깼다’던 그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저는 춤을 통한 도전을 좋아합니다. 우리가 이 작품을 계속하는 이유죠.”
9∼20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6만∼14만 원. 8세 이상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