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줄리언 반스 지음·공진호 옮김/424쪽·1만8000원·다산책방
사실주의의 대가 쿠르베는 모든 프랑스 여자가 자신을 택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하다 시골 처녀에게 거절당한 나르시시스트였다. 드가는 여성을 혐오한다는 혹독한 오해를 받은 반면, 보나르는 한 여인의 모습을 385점이나 그린 지독한 사랑의 상징이 됐다. 마네는 모델에게 생동감 있게 움직이라고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세잔은 사과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호통 치다 화가 나면 붓을 내팽개치고 화실을 뛰쳐나갔다. 뻔한 비평 대신 주인공들이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가슴 뛰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