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가을이 ‘슈퍼 태풍’의 계절이 되고 있다. 여름 태풍을 능가하는 위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물폭탄’이 특징이다. 예니는 하루 최대 516.4mm를 퍼부어 역대 태풍 중 세 번째로 많은 비를 내렸다. 올해도 가을 태풍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3일 소멸된 태풍 ‘미탁(MITAG)’은 동해안 지역에 300mm가 넘는 물폭탄을 퍼부었다. 삼척에 341mm가 내려 마을 곳곳이 토사에 잠기는 등 4일 오후 8시 현재 전국에서 12명이 사망하고, 12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태풍 ‘링링’과 ‘타파’에 이어 한 달 새 세 번의 태풍 피해를 입은 전남은 추가 태풍 우려에 전전긍긍하는 상태다.
▷가을 슈퍼 태풍은 인간이 만들어낸 재난이라는 지적이 많다. 가을 태풍이 강한 것은 북태평양의 수온이 8월 말부터 9월 초 사이에 가장 높아지기 때문. 수온이 높을수록 태풍의 힘이 커지는데,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태풍 에너지가 가장 강한 지점이 10년마다 50∼60km씩 적도에서 북상해 지난 30여 년 동안 약 160km를 올라왔다. 환경 파괴가 대기와 해양 온도를 올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이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친환경 에너지보다 화석연료를 써야 한다며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다. 중국의 화력발전소 건설은 여전하고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태세다. 한반도 주변 바다 수온은 10년 전보다 2도가량 높아졌다고 한다. 뜨거워진 바다는 해수면 상승, 태풍과 해일 등 기상이변의 원인이 된다. 이런 추세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제주도 인근에서 태풍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기우가 아닐 것 같아 무섭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