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채웠던 한국인들 다 어디로…” 관광 절벽-맥주 수출 급감에 한숨
8월 23일 일본의 대표적인 온천 휴양지 ‘유후인’ 거리 모습.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한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일본 여행을 자제했고, 유후인 상인들의 매출은 크게 줄었다. 유후인=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이 수출 규제 강화에 나선 배경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었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를 두고 여전히 강경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4일 개회한 임시국회에서 “국제법에 따라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도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활동을 보호하는 관점에서도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두고 의연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정부의 강경 방침으로 일본 기업과 여행업계가 불똥을 맞고 있다.
일본 오사카의 모리타(森田)화학공업은 중견 반도체 소재 회사다. 반도체 기판(웨이퍼)을 깎아낼 때 쓰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생산한다. 올해 7월 4일부터 이 회사의 대한(對韓) 수출은 전면 중단됐다. 일본 정부로부터 단 1건의 수출 허가도 받지 못한 탓이다. 모리타화학 관계자는 기자에게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에 몇 번이고 상담을 요청하며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한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일지 알 수 없는 허가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말 쇼와덴코(昭和電工)가 생산한 에칭가스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수출하는 것을 허가했지만 모리타화학공업처럼 수출 규제 품목에 오른 핵심부품의 수출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 규제로 인한 일본 산업계의 피해는 꽤 큰 편이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8월 한국의 대(對)일본 수출 감소율은 ―3.5%지만, 같은 기간 일본의 한국 수출 감소율은 ―8.1%에 이른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도 급격히 감소했다. 8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30만8700명)은 지난해 같은 기간(59만3941명)보다 48% 줄었다. 감소폭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 이래로 가장 크다. 내년 7월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아베 총리가 내세운 ‘2020년 방일 관광객 4000만 명’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청을 관할하는 아카바 가즈요시(赤羽一嘉) 국토교통상이 지난달 28일 “한국은 일본에 문화를 전해 준 은인의 나라”라며 관계 개선을 촉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포토레지스트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20∼30%를 차지하는 도쿄오카(東京應化)공업 관계자는 “한국에 납품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인천의 생산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