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북한과 미국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7개월여 만에 실무협상에 나섰지만, 소득없이 ‘빈 손’으로 종료된 것은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양측의 현격한 간극을 여전히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제제 해제와 체제보장을 비핵화의 전제로 내거는 ‘단계적 비핵화’ 접근법을 고수했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반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이 확인될 때 창의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각각 수석대표로 하는 북미 협상팀은 5일(현지시간) 오전 10시부터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의 콘퍼런스 시설인 빌라 엘리크스트란드에서 ‘하노이 노딜’ 이후 첫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7개월 만의 비핵화 협상을 위한 북미 간 만남이었지만 대화의 판이 깨지는 데에는 8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후 김 대사가 내놓은 성명에 따르면 북미는 실무협상에서 서로 가지고 나온 ‘패’를 확인했는데 양측 모두 변화가 없자 회담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는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으며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측이 요구한 ‘계산법’이란 자신들의 ‘단계적 합의-단계적 이행’ 기조를 수용하고 미측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길 요구한 것으로 판단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북미 실무협상에 앞서 ‘선 핵 폐기-후 보상’ 방식의 이른바 ‘리비아 모델’ 대신할 ‘새로운 방법론’을 거론한 것도 북한이 미국을 향한 기대감을 갖게 한 요소로 꼽힌다.
반면 미측은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해 유연한 메시지를 발신하면서도, 제재 해제 등을 위해서는 포괄적인 ‘합의’가 먼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을 수 있다.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정의하고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미측 주장의 골자다.
현재 비핵화의 최종상태에 대해 북한은 핵시설·핵물질·핵무기 등 핵프로그램과 직접 관련된 것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모든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일체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미측의 요구에 대해 비핵화의 범주를 뛰어넘어 북한의 무장해제를 요구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결국 하노이 때 주장하던 방식으로 협상에 임했다”며 양측의 양보가 없는 상황에서 협상의 진전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제기한 ‘美책임론’을 정면 반박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김 대사의 발표 뒤 ‘대북 협상’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며 자신들이 빈 손으로 왔다는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미국과 북한은 70년간 걸쳐온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적대의 유산을 단 한 차례의 과정을 통해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것들은 중대한 현안들이며 양국 모두의 강력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 미국은 그러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북한의 의지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것을 지적하며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주기 위해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