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피의자 신분 검찰 출석이라는 ‘객관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철저히 ‘정치의 영역’에서 해석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두 차례 비공개 검찰 조사를 지켜본 검찰에서는 이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 교수는 평일 대신 공휴일인 3일(개천절)과 5일(토요일) 검찰에 출석했다. 통상 검찰 출석 날짜는 검찰과 변호인 측 협의 끝에 결정 되는데, 검찰은 정 교수 측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3일 광화문에선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5일 서초동에선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치는 집회가 열렸다. 정 교수의 출석과 범죄 혐의보다는 양 진영간의 정치적 공방이 더욱 부각된 것이다. 정 교수가 검찰에 나오지 않고, 병원에 재입원한 4일에는 조 장관의 딸이 친여 성향 라디오방송에 실명을 공개하고 출연해 허위 인턴활동 증명서와 표창장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더구나 정 교수는 5일 두 번째 검찰 출석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55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검찰 출석 8시간 만에 귀가한 첫 조사보다 외형적인 조사 시간은 15시간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5일 오전 9시 출석한 정 교수는 오후 4시까지 7시간 동안 3일 조사받은 피의자 신문조서의 내용을 열람하는데 할애했다. 2차 조사는 오후 4시부터 2시간 반 가량만 진행됐고, 1시간가량 저녁 식사를 한 뒤 다시 자정까지 2차 조사에 대한 조서 열람을 했다. 조서 열람만 이례적으로 11시간 동안 하면서 조사 시간은 1차 조사(약 5시간)의 절반도 되지 않은 것이다.
통상 검찰 신문조서는 조사가 끝난 뒤 열람하고 서명 날인한다는 점에서 정 교수 측의 요구는 이례적인 것이다. 이 때문에 정 교수 측이 검찰 조사를 짧게 받은 뒤 검찰 논리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만들고 다시 조사받으러 나온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유불리에 따라 조사를 끊거나 출석일자를 조정해 ‘검찰이 가진 패’를 알고 대응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차례 검찰에 출석한 정 교수의 세 번째 조사 날짜를 정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15일은 법무부가, 17일은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다. 보통 검찰 출석이 4차례를 넘어가면 검찰 주변에서는 ‘불구속 기소’를 염두에 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하는 만큼 검찰도 정 교수가 원하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지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기대했던 바도 아니었지만 정 교수가 사실상 전면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안팎에서는 이번 주에 정 교수를 한차례만 더 조사한 뒤 구속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