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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용광로’에 모두 녹여버리겠다? 정경심 출석에 檢 반응은…

입력 | 2019-10-06 19:38:00

동아일보 DB


“피의자 신분 검찰 출석이라는 ‘객관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철저히 ‘정치의 영역’에서 해석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두 차례 비공개 검찰 조사를 지켜본 검찰에서는 이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 교수는 평일 대신 공휴일인 3일(개천절)과 5일(토요일) 검찰에 출석했다. 통상 검찰 출석 날짜는 검찰과 변호인 측 협의 끝에 결정 되는데, 검찰은 정 교수 측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3일 광화문에선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5일 서초동에선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치는 집회가 열렸다. 정 교수의 출석과 범죄 혐의보다는 양 진영간의 정치적 공방이 더욱 부각된 것이다. 정 교수가 검찰에 나오지 않고, 병원에 재입원한 4일에는 조 장관의 딸이 친여 성향 라디오방송에 실명을 공개하고 출연해 허위 인턴활동 증명서와 표창장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장관 측이) 검찰 수사로 드러난 사실관계에는 해명을 꺼리면서 수사 자체를 검찰 개혁의 명분으로 환원하고 있다. 사실 관계를 모두 ‘정치의 용광로’에서 녹여버리겠다는 의도 아니냐”고 말했다.

더구나 정 교수는 5일 두 번째 검찰 출석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55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검찰 출석 8시간 만에 귀가한 첫 조사보다 외형적인 조사 시간은 15시간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5일 오전 9시 출석한 정 교수는 오후 4시까지 7시간 동안 3일 조사받은 피의자 신문조서의 내용을 열람하는데 할애했다. 2차 조사는 오후 4시부터 2시간 반 가량만 진행됐고, 1시간가량 저녁 식사를 한 뒤 다시 자정까지 2차 조사에 대한 조서 열람을 했다. 조서 열람만 이례적으로 11시간 동안 하면서 조사 시간은 1차 조사(약 5시간)의 절반도 되지 않은 것이다.

통상 검찰 신문조서는 조사가 끝난 뒤 열람하고 서명 날인한다는 점에서 정 교수 측의 요구는 이례적인 것이다. 이 때문에 정 교수 측이 검찰 조사를 짧게 받은 뒤 검찰 논리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만들고 다시 조사받으러 나온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유불리에 따라 조사를 끊거나 출석일자를 조정해 ‘검찰이 가진 패’를 알고 대응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차례 검찰에 출석한 정 교수의 세 번째 조사 날짜를 정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15일은 법무부가, 17일은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다. 보통 검찰 출석이 4차례를 넘어가면 검찰 주변에서는 ‘불구속 기소’를 염두에 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하는 만큼 검찰도 정 교수가 원하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지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기대했던 바도 아니었지만 정 교수가 사실상 전면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안팎에서는 이번 주에 정 교수를 한차례만 더 조사한 뒤 구속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