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지난 3일 광화문 보수단체 집회 관련 고발장을 받고 있다. 뉴스1
4일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경찰청장이 여당 의원의 고발장을 직접 받는 한심한 장면이 연출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전날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열린 ‘조국 사퇴’ 집회 주최 측을 내란선동 혐의로 고발한다며 고발장을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직접 전달한 것이다. 민 청장은 허리를 약간 굽히며 두 손으로 고발장을 받았고, 김 의원과 기념 촬영하듯 언론 카메라에 포즈까지 취했다.
경찰청장이 여당 의원의 고발장을 받아드는 모습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경찰총수로서 최소한의 개념이 있는지 의문을 들게 한다. 김 의원은 질의 과정에서도 경찰청장에게 내란선동 책임자 수사를 요청했다. 민 청장은 김 의원이 갑자기 줘서 얼떨결에 받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수사 경찰관을 대표하는 경찰청장이라면 절차대로 일선 경찰서에 접수시켜 달라고 정중히 요청하는 것이 상식이다.
집회 주최 측을 내란선동으로 고발한 여당 의원의 고발장을 경찰청장이 직접 받으면 실무 수사관은 사건 처리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고발장은 국민을 대신해 국회의원이 한 거라 전혀 문제가 없다”는 여당의 태도다. 고소·고발은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을 기관장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은 수사 압력으로 비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