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재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필름마켓 운영위원장·동국대 교수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돌이켜보면 후회투성이다. 그땐 왜 그랬을까?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그리도 안달복달했을까? 후회는 때때로 걷잡을 수 없이 난폭해져 기어코 마음 깊이 감춰두었던 기억을 끄집어내 헤집어 놓는다. 그냥 가던 길을 가야 한다. 그저 화초에 남은 물을 마저 주고, 남은 양치질을 마저 하고, 남은 밥을 마저 먹고, 남은 노래를 마저 부르고, 남은 술을 마저 마셔야 한다. 가끔은 재밌게 읽었던 책들을 뒤적여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바로 인간의 조건과 본질을 응시하는 묵직한 시선 때문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실수하고 패배한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인간의 본질이 문명을 만들어왔고 사회를 진보시켰다. 내일은 고기가 잡힐 거라고, 산티아고 노인처럼 새로운 희망의 꿈을 꾸는 것이다. 그게 인간이다. 이른바 ‘흙수저’라고, 기득권이 철옹성처럼 보인다고 낙담하거나 포기할 일이 아니다. 가던 길을 가야 한다. 꿈꾸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게 인간의 길이다. 영화 ‘베테랑’의 열혈 형사가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차승재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필름마켓 운영위원장·동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