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준PO 1차전 LG에 1-0 승리… 9회말 등판 고우석 154km 초구 강타 비거리 125m 극적인 굿바이 홈런, 朴 “빠른 볼 예상… 큰 타구 노렸다” 선발 브리검 7회 2사까지 완벽투… LG, 타선 침묵 변변한 기회 못 잡아 7일 오후 6시반 고척돔서 2차전
키움의 박병호가 6일 서울 고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서 0-0으로 팽팽히 맞선 9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환호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박병호의 홈런으로 키움은 5전 3선승제의 준PO에서 귀중한 1승을 챙겼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정규시즌 홈런왕(33개) 박병호(키움)는 야구계의 오랜 격언을 실천했다. 결과는 승부를 가르는 끝내기 홈런이었다.
정규시즌 3위 키움이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9회말 터진 박병호의 굿바이 홈런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운명의 9회말. 0-0 동점 상황에서 LG는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렸다. 가장 강력한 카드로 9회말을 무실점으로 막고 연장전에 돌입할 심산이었다. LG 배터리는 초구로 고우석의 주무기인 직구를 선택했다. 포수 유강남은 몸쪽 직구 사인을 냈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미 상대의 패를 읽고 있었다. 초구 직구를 예상하고 타이밍을 잡았다. 고우석의 시속 154km짜리 빠른 공은 사인과 달리 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왔다. 박병호는 주저 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배트 중심에 맞은 공은 쭉쭉 뻗어가더니 고척스카이돔의 가장 먼 가운데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비거리 125m짜리 끝내기 중월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경기 후 “고우석이 워낙 좋은 구위를 갖고 있어 직구를 예상하고 있었다. 안타 등으로 출루하기보다는 강한 스윙으로 큰 타구를 노렸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오늘 경기에서 졌다면 팀이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홈런으로 승리를 가져올 수 있게 된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평소 좀처럼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박병호는 이날은 홈을 밟기 직전 헬멧을 내던지고 두 팔을 벌려 포효하며 기쁨을 표현했다.
키움은 이날 경기 중반까지 여러 차례 좋은 기회를 잡고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2회 1사 1, 3루 찬스에서는 김규민과 김혜성이 연속 범타로 물러났다. 4회말 1사 2, 3루 황금 기회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LG가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꼽았던 김하성의 불운도 계속됐다.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3차례나 출루에 성공했지만 5회에는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고, 8회에는 1루에서 견제사를 당했다. 흐름의 경기인 야구에서 좋지 못한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박병호의 홈런 한 방으로 180도 바뀌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박병호에 대해 “한마디로 최고다. 더 이상 칭찬할 말이 없다. 박병호는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타는 타자다. 그런데 올해는 시작부터 큰일을 해냈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박병호의 가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최우수선수(MVP) 역시 박병호의 차지였다.
양 팀은 7일 오후 6시 반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 LG는 왼손 투수 차우찬이, 키움은 외국인 왼손 투수 요키시가 각각 선발 등판한다.
7회 견제사-8회 번트실패 아쉬워
▽류중일 LG 감독=상대 선발 브리검을 공략하지 못한 게 패인이 아닌가 싶다. 전체적으로 공격의 실마리를 잘 풀지 못했다.
7회 신민재의 견제사와 8회 유강남의 번트 실패가 아쉽다. 공격에서 김현수나 페게로의 장타가 없다면 득점으로 이어지기 힘들다. 심기일전해서 내일 반드시 이기고 3, 4차전이 열리는 잠실에서 승부를 보겠다.
브리검이 워낙 시작을 잘해줬다
▽장정석 키움 감독=양 팀 다 끝까지 집중력 있는 경기를 했다. 선발 브리검이 워낙 시작을 잘해 줬고, 마지막에 박병호가 멋있게 끝내줬다. 여러모로 기분 좋게 끝난 것 같다.
2차전 준비도 이미 끝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은 없다.
선발 요키시가 올 시즌 해준 대로 좋은 투구를 해줄 거라 생각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