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피플’ 제작, 김광현-류희성씨 “재즈 성향 달라 가끔 부딪치지만 마감-배송전쟁땐 둘도없는 전우” “근무시간 음악 듣고 내책 내는 회사”… 각각 ‘판판판’ ‘블루노트’ 책도 내
최근 경기 성남의 사무실에서 만난 월간지 ‘재즈피플’의 류희성 기자(왼쪽)와 김광현 편집장은 인터뷰 내내 친구처럼 짓궂고 다정했다. 이들은 “앞으로 함께 뉴미디어와 음악 페스티벌 기획도 해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성남=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세대 간 단절을 다룬 ‘90년생이 온다’가 베스트셀러 정상에 있다. 올 7월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이러한 세파에 초탈한 두 사람이 경기 성남에 있다고 해 찾아 나섰다.
최근 성남시 분당구의 월간 ‘재즈피플’ 사무실. 컴퓨터 2대와 책상, 각종 음악 서적, LP레코드 4000여 장…. 가뜩이나 비좁은 50m²짜리 오피스텔 안에서 두 사람은 이보다 더 가까울 수 없어 보였다.
류희성 기자(29)는 90년생이다. 그의 유일한 상사는 아빠뻘인 김광현 편집장(50).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학번이 돼 지금은 50대에 이른 ‘586세대’다. 김 편집장이 2006년 창간한 ‘재즈피플’은 ‘엠엠재즈’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둘뿐인 재즈 전문지다. 2016년 류 기자가 합류한 뒤 구성과 편집에 젊은 감각을 대폭 수용했다.
“둘 다 출근하는 날은 한 달의 반 정도. 소통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로 하면 되니까요. 사무실에 혼자 있는 게 좋아요.”(김 편집장)
“(사무실 컴퓨터를 가리키며) 저는 이걸로는 글이 잘 안 써져요. 제 노트북이나 집 컴퓨터가 일이 잘돼요.”(류 기자)
나란히 앉아있을 때도 서로 간섭은 않는다. 중요한 음반이 나오면 30분쯤 함께 들어볼 때도 있지만, 나란히 앉아 류 기자는 넷플릭스를, 김 편집장은 야구중계를 즐길 때도 있다. 물론 매달 25일이 다가오면 마감과 배송 전쟁 속에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전우’가 된다.
서로 외부활동을 오히려 채찍질하는 편. 그 덕에 2019년 각자 잊을 수 없는 결실을 맺었다. 김 편집장은 6월 첫 음악 에세이 ‘판판판’을 냈다. 류 기자는 5월 재즈 연주자 스탠 게츠 평전 ‘Nobody Else But Me’, 9월 ‘블루노트’를 번역해 내놨다.
“10년 넘게 ‘책 낼 거다’ 하는 공수표만 날렸는데 희성 씨가 옆에서 ‘쓰셔야죠, 빨리 내셔야죠’ 하며 격려와 닦달을 하지 않았으면 못 냈을 거예요.”(김 편집장)
많지 않은 월급에 배송업무까지…. 류 기자는 “힘들 때도 있지만 근무시간에 음악을 감상해도 죄책감을 안 느껴도 되는 회사, 내 글 쓰고 내 책 낼 수 있는 회사에 다닌다는 게 참 좋다”고 했다.
류 기자는 힙합을 듣다가, 김 편집장은 하드록을 듣다 재즈에 빠졌다. 세대와 경험이 다르니 부딪칠 때도 있다. 하지만 이해하려는 마음과 열어둔 귀가 둘을 곧 다시 하나로 만든다.
소꿉장난처럼 회사생활을 함께하는 아재와 청년에게 이 가을에 들을 만한 재즈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피아니스트 아마드 자말의 ‘Seleritius’는 어떨까요. 아주 부드럽고 서정적이죠. 제가 이런 맛에 재즈에 빠졌거든요.”(류 기자)
성남=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