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법-복면금지법, 反中감정 자극 연이은 10대 총상 분노 격렬 시위… 지하철-중국계 상점 공격 나서 지하철 올스톱 도심교통 마비… 현금인출 행렬… 생필품 사재기도
6일 홍콩 경찰이 마스크, 짙은 색 물안경, 안전모 등을 쓴 시위대를 땅에 눕힌 채 거칠게 진압하고 있다. 시위대는 이날 정부가 전날부터 시행한 ‘복면금지법’에 반대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 ‘반(反)복면금지법’ 시위에 나섰다. 홍콩=AP 뉴시스
17주째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6일 홍콩 거리에 한 시위 참가자가 빨간색 스프레이로 쓴 문구다. 시위대와 당국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홍콩 시위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당국은 5일부터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 계엄령에 해당하는 긴급법을 전격 시행하며 시위대를 거세게 탄압하고 있다. 이 와중에 경찰 총격에 따른 피해자가 2명으로 늘어나면서 시위대의 반중 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다.
○ 연이은 10대 총상에 분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1일 고교생 쩡즈젠(曾志建·18) 군의 피격 사흘 만인 4일 또 다른 14세 남학생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았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는 왼쪽 다리에 총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 두 피해자와 동년배인 10대 학생들은 쩡 군과 가족을 돕기 위한 모금에 나섰고 경찰의 발포에 항의하는 연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모금액만 약 12만6000홍콩달러(약 1923만 원)다.
일부 시위대는 ‘홍콩 임시정부 선언’을 공표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2차 피격 사건이 발생한 4일 일부 시위대는 미국 독립선언문 일부를 차용한 ‘홍콩 임시정부 선언’을 공표했다. 현 홍콩 관료들의 전원 퇴진, 입법회 즉시 해산, 내년 3월 임시 선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국 정부에는 ‘반란’으로 여겨질 만큼 급진적인 주장들이다.
○ 복면금지법 vs ‘복면 인간띠’
6일 홍콩 법원은 반중 성향의 입법회(국회) 의원 24명이 전날 제기한 복면금지법 발효 중지 소송을 기각했다. 이날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는 복면금지법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정면으로 저항하겠다는 의도 아래 각종 마스크와 가면을 쓰고 나타나 “홍콩이여 저항하라”라고 외쳤다. 전날에도 마스크를 쓴 시위자들은 인간띠를 만들고 “나는 마스크를 쓸 권리가 있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대는 눈에 띄게 과격해졌다. 홍콩 지하철(MTR)에 따르면 시위대의 기물 파손 등으로 애드미럴티, 몽콕 등 전체 지하철역(94곳)의 56%가 운영을 중단했다. 오후 9시부터는 모든 지하철 운행이 중단돼 도심 대중교통이 마비됐다. 이날 침사추이 지역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올해 5월 중국 다롄 정상회담 사진도 걸렸다. 사진 밑에는 ‘전체주의 반대(ANTI TOTALITARIANISM)’란 문구가 등장했다.
이날 주요 상점과 쇼핑몰은 아예 문을 닫았다. 불안해진 시민들이 미리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길게 늘어선 모습도 목격됐다. 일부 시민은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 5일 시위에선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계 및 친중 기업의 상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물품들이 포장이 터진 채 바닥에 굴러다니는 등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
당국의 유혈 진압 가능성도 우려된다. 4일 홍콩에 사는 한 중국인이 시위대를 향해 “우리는 중국인”이라고 말했다가 분노한 시위대에 폭행을 당하자 중국 내에서도 홍콩 시위대를 향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