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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격화 속 홍콩 주민들 생필품 사재기…슈퍼 진열대 텅 비어

입력 | 2019-10-07 08:31:00


홍콩 곳곳에서 폭력 충돌이 빚어져 지하철이 절반 정도밖에 운행되지 않고 주요 쇼핑센터들이 모두 문을 닫음에 따라 홍콩 시민들이 슈퍼마켓에서 물건 사재기에 나서 진열대들이 동나고 현금지급기들마다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지난 6일 슈퍼마켓에 일찍 도착한 쇼핑객들은 현금 계산대 앞에서 45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며 불만을 터트렸지만 늦게 도착한 쇼핑객들은 진열대가 텅 비어 쇼핑을 할 수 없었다. 이날 오전부터 소셜미디어들에는 재고가 거의 남지 않은 슈퍼마켓이나 식품점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수없이 게재됐다.

몽콕 지역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한낮에 슈퍼마켓을 찾았지만 진열대가 텅 비어 있었다며 “점원들은 ‘5일에도 반나절밖에 영업을 못했다’며 ‘홍콩 각지에서 빚어지는 혼란으로 재고를 비축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주부는 “사람들이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살아오면서 처음이다. 마치 전쟁 중인 것같다. 심지어 화장지를 사재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 시내 한 슈퍼마켓의 매대가 텅텅 비어 있다. SCMP 갈무리

이날 오후 완차이 지구의 슈퍼마켓을 찾았다가 가게가 문을 닫아 들어가지 못한 또다른 여성은 한숨을 내쉬며 “30분 넘게 문을 연 슈퍼마켓을 찾아 헤맸지만 문을 연 곳을 찾지 못했다”며 반정부 시위대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며 시위는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선포한 복면금지법이 5일 자정부터 발효되면서 이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돼 5일에는 홍콩 지하철이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면 중단됐다. 홍콩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 및 중국 본토와 거래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기업들이 공격받으면서 주요 상점들도 일제히 문을 닫아 홍콩은 마비 상탱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계 은행들이 불타는 등 공격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일부 현금지급기들은 약탈당하기도 했다.

홍콩 금융 당국은 홍콩의 약 3300개 현금지급기들 가운데 10% 정도가 파괴돼 기능을 잃었다고 밝혔다. 아직 작동하는 현금지급기들 앞에는 빠짐없이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일부 시민들은 “경찰이 이러한 무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불만을 말하고 있지만 또다른 시민들은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일찌감치 수용했으면 이런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