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전시 금지 작품 사들여 전시회 개최 계획
일본 정부가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문제삼아 국제예술제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취소한 것과 관련해 스페인의 한 사업가가 “일본 정부의 검열”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스페인의 영화제작자이자 사업가인 탓소 베넷(62· 본명 호세프 마리아 베넷 페란)으로, 6일 보도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베넷은 지난 8월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출품했다가 극우세력 등의 협박으로 소녀상 전시가 중단되자 한국인 작가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작가가 소녀상과 같은 모티브의 작품을 여러 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중 하나를 구입했다.
베넷은 소녀상 전시가 중단된 데 대해 “표현의 자유의 벽에 부딪힌 전형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을 취소한 데 대해서는 “작품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 중단이라는 간접적 방법을 쓰는 것”이라며 “이는 다른 형태의 검열”이라고 비판했다.
베넷이 전시가 금지된 작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 전시회가 계기였다. 주최 측이 카날루냐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작품이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전시 직전 취소한 데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십자가에 붙은 맥도널드 로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라 그림 등 베넷이 지금까지 구입한 작품은 정치와 종교, 도덕 등을 이유로 검열을 받은 작품 60여 점에 이른다.
베넷은 내년 6월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주 레리다의 한 미술관에서 이들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전시회 제목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다’는 의미를 담아 ‘붉은 선’을 생각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1일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인 ‘표현의 부자유전 그 이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이 전시됐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지난 9월26일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대해 당초 지급할 예정이었던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기도 해 일본 정부의 검열 및 표현의 자유 침해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