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 앞에서 북미협상 결렬을 선언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북미 정상의 ‘깜짝’ 판문점회동이 개최된 지 100일이 흘렀지만, 비핵화 협상은 진전을 이루지 못하며 공회전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양측이 어렵사리 실무협상을 재개했음에도 북미간 비핵화 이견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또다시 결렬되면서 향후 협상 국면에서 난항이 예고된다.
북한과 미국은 5일(현지시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7개월여만에 실무협상을 가지며 비핵화 협상 재개에 나섰다. 하지만 논의는 8시간여만에 중단됐고, 북한의 미국 책임론 제기를 시작으로, 양측은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 공방을 주고 받았다.
북측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 오후 6시30분쯤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을 비난했다. 김 대사의 성명 직후 미국도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북한이 주장한 미국의 책임론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북한은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며 “앞으로 조미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그 시한부는 올해 말까지”라고 연말로 제시한 바 있는 최후통첩 시한을 거듭 강조했다.
양측이 대화의 여지를 여전히 가지고 있으면서, 스웨덴 당국은 2주 이내에 북미가 다시 만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이 “추후 회담은 미국 측에 달려있다”고 책임을 돌리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했다”는 발언 등을 내놓으면서 현재로선 실무협상의 재개 여부 자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실무협상에서 결렬을 선언하고 담화를 발표하는 등의 행보가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미 양측 모두 비핵화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공격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받을 지는 알 수 없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이 비핵화 과정을 강조하며 “양국 모두 강력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한 점을 볼 때 미국측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도 논평을 통해 “앞으로 3개월 동안 북미실무회담 대표들이 수시로 만나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협의를 해도 연말까지 양측 모두 만족할만한 구체적인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원하는 방안을 미국에게 연말까지 제시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 의지를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핵화 협상이 좀처럼 속도를 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각에선 ‘빅 딜’을 위한 새로운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 본부장은 대담한 비핵화 협상을 위해 외무성이 아닌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특사로 파견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리용호 외무상과 김명길 대사 모두 2000년 10월 조명록의 방미에 동행했던 인물들이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결단만 내리면 최 제1부위원장의 방미를 통한 북미 고위급 협상 추진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4박5일간 미국 워싱턴에 방문해 빌 클린턴 대통령과 면담한 바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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