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와 예측불허 위기… 근본적인 경제체질 고민해야 할 때 20대 국회 마지막 국감에 대한 슬픈 예감 정쟁 속에서도 여야를 떠나 경제와 민생만은 충실히 살펴야
이인실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이달 2일부터 시작된 국감을 총평하기엔 이르지만, 일정조차 잡지 못해 임기 대부분을 낭비하게 된 이번 20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을 정쟁으로 망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아픈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대는 노래 가사처럼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싶다. 8개월 남은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국감은 한두 명이 기본만 하고 나머지는 총선에 올인 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올 8월 이후 17개 상임위원회 중 무려 13곳이 이번 국감에서 조국 이슈를 다룰 것이라며 국회 실무진은 ‘이국망(이번 국감은 망했다)’이라는 말로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출발부터 답답한 국감에 실낱같은 기대를 거는 것은 그만큼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발표하며 우리나라 금융안정지수(FSI)가 8.3으로 3년 반 만에 주의 단계(8∼22)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0에서 100까지 수치로 표현되는 금융안정지수가 고작 8.3인데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수를 구성하는 경제지표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다 보면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한국 경제 내부적으로도 ‘쌍둥이(가계+정부) 부채’가 저성장에서 초저물가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경제 뇌관으로 경제 정책을 짓누르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는 통상적 나라 살림의 원칙이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3%라는 재정수지 적자 선을 깨고 내년도 예산을 ―3.6%나 되는 적자재정으로 편성했다. 결국 국가채무와 공공기관 부채를 합친 ‘공공부문 부채(D3)’가 2017년 GDP 대비 56.9%에서 2023년 67.4%로 급증할 것이다. 가계부채도 올해 말 1800조 원을 넘어 GDP의 92%로 이미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임계치(GDP 대비 75∼85%)를 넘어섰다. 급격한 쌍둥이 부채 증가는 미래 소비를 위축시켜 물가 하락 가능성을 더 키울 것이다. 물가 하락으로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가 상승하면 채무자들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자산 가치가 하락해 실물경기 침체를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갈 위험이 커진다.
작금의 경제 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험은 아니지만 천천히 글로벌 경기 침체로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주요국들이 상당 기간 제로 또는 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유지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다. 대내외 충격에 따른 위기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한국 경제에 어떤 위기 상황이 펼쳐질지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서 사용 가능한 정책 수단들을 다 소진시키면 어쩔 것인가? 지금은 1∼2%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을 넘어서 근본적인 경제 체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런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국민 전체가 함께 공유하고 세금을 사용하는 공공기관들의 방만 운영 실태를 고발하며 국민의 혈세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국정감사다. 국회 차원에서 정책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행정부 견제’라는 입법부의 고유 권한을 제대로 발휘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대로 가다가는 서초동과 광화문에서의 국민의 함성이 여의도 국회로 향하게 될 것이다. 국회는 일정 부분 여야 간 정쟁의 장소일 수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경제 문제만은 여야를 떠나 민생을 보살피는 입법부 본래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20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막장감사로 갈 것이라는 슬픈 예감이 틀리기를 바란다.
이인실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