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상감령 전투 때 중공군의 사진이 우리 호국영웅 포스터에 사용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가보훈처는 9월 6·25전쟁 영웅으로 1952년 9월 13일 중공군으로부터 수도고지를 사수하다 전사한 공해동 육군하사를 선정했다. 그의 얼굴 사진도, 수도고지 전투 사진도 없어 다른 사진을 골라 썼는데 하필이면 상감령 전투의 중공군 사진이었다. “우박처럼 쏟아지는 실탄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방아쇠를 놓지 않았다”는 글귀에다 한 달 뒤 일어난 전투의, 그것도 적군 사진을 실어 추모한 셈이다. 보훈처는 포스터를 제작한 민간업체에 책임을 돌렸으나 감수책임을 회피한 구차한 변명이다. 더구나 사진의 출처가 국립서울현충원 공식 블로그였다는 게 더 충격적이다. 현충원 블로그에 중공군 사진이 국군 기록 사진인 것처럼 올라 있었던 것이다.
▷보훈처는 이미 배포한 포스터를 폐기하고, 블로그에서 사진을 내렸다. 사료 점검시스템을 구축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한다. 단순한 실수일지라도 ‘국가유공자 및 제대 군인, 그 유족에 대한 보훈’이라는 본질적인 업무를 생각한다면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더욱이 보훈처는 근래 들어 약산 김원봉에게 건국훈장 수여를 검토하고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 대해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公傷) 판정을 하는 등 불필요한 갈등의 진원지가 됐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