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해제-체제보장 동시요구… 美의 ‘유연한 해제’ 구상 일축
북-미 실무협상에서 미국 대표단이 북한에 ‘소개(preview)’했다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는 대북제재가 유연하게 다뤄질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가 담긴 일종의 ‘시나리오 모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하노이 결렬 후 이 같은 내용의 이니셔티브를 반년 이상 다듬어 온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북한이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적대시 정책 철회(CIWH)’라는 요구로 판을 키우며 미국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7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국무부 관계자들은 하노이 결렬 직후인 3월에도 미국이 유연하게 대북제재 해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한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이) 제재 해제를 상응조치 마지막 단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핵시설 폐기 확약 등 (비핵화 의지를 보이면) 대북제재 관련 전향적인 조치를 검토할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제재 해제 방안과 관련해 “(하노이에서 북한이 해제를 요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결의안 5개는 각각 다수의 품목들로 엮여 있다”며 제재를 품목별로 쪼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 및 우라늄 농축 중단 등의 상응조치로 ‘석탄·섬유 수출제재 36개월 유예’를 고려하고 있다는 미 인터넷매체 복스의 3일 보도와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외교가는 미국이 이처럼 하노이에서 다뤄지지 않은 제안을 스톡홀름에서 소개하며 “(비핵화가 본격적으로 다뤄지는) 밀도 있는 논의가 진행된다면 미 협상팀의 운신의 폭이 상당히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북한에 강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 당국자는 “미국이 여러 유연한 방안에 대한 생각을 북한과 공유했지만 공식 제안을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